작년 4분기 중금리대출 취급액 1.4조원···전분기 대비 18.2%↓
재무건전성 악화에 카드업계 대출문턱 강화
“올해도 당분간 보수적인 대출태도 유지될 것”

카드업계 중금리대출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중금리대출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증가세를 나타내던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4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조달비용 부담과 함께 건전성 지표가 지속해서 악화하자 카드업계 전반이 대출 영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줄어든 모습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39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1조7051억원) 대비 18.2% 줄어든 액수다.

작년 3분기까지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 2022년 말 당시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6275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1분기 1조2068억원을 기록하며 2배가량 급증한 데 이어 2분기 1조5977억원, 3분기에는 1조7051억원까지 늘었다.

저축은행이 작년부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공급을 옥죄자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리면서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4분기 들어서는 카드사들도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대출 취급에 보수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카드론은 물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서비스 등의 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61%로 전월(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현금서비스 역시 같은 기간 17.70%에서 17.87%로 0.17%포인트 올랐으며,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 금리도 16.64%에서 16.68%로 0.04%포인트 상향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체 총액은 2조64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961억원) 대비 65.9% 증가했다. 평균 연체율은 같은 기간 0.83%에서 1.23%로 0.4%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에도 카드사들은 신중한 대출태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대체로 강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사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38에서 올해 1분기 –6으로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태도지수는 100에서 –100 사이에 분포하며 대출태도지수가 양수(+)면 금융사의 대출 태도가 완화되고 음수(-)면 대출 문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금리가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신호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보수적인 대출 태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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