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연이어 초과 수요
올해 첫 BBB급인 SLL중앙도 수요예측 흥행
연초효과일 수 있어 향후 상황 지켜봐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회사채 공모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고 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건설채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우량채 쏠림에 외면받았던 ‘BBB’급 회사채도 흥행한 것이다. 통화정책 불확실성 감소에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새해 기관 자금이 몰리는 ‘연초효과’일 수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A-)는 전날 13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7000억원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1년물 300억원 모집에 2110억원, 1.5년물 400억원 모집에 1810억원, 2년물 600억원 모집에 3080억원의 수요가 각각 몰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재무 개선작업) 이슈 탓에 건설채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예상을 넘어선 흥행으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도 건설기업에서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희망 금리밴드 상단을 개별 민평금리의 +150bp(1bp=0.01%포인트)까지 열어 흥행 부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밴드 하단의 경우 -30bp였다.

이보다 앞서 진행한 현대건설(AA-) 회사채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1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800억원 모집에 2800억원이 접수됐고 3년물 600억원, 5년물 200억원 모집에 각각 2400억원, 1650억원의 수요가 발생했다. 총수요는 6850억원으로 당초 모집 계획의 4배를 넘어섰다.

특히 현대건설은 건설업종 투심 악화 우려 속에서도 우호적인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개별 민평금리에 희망 금리밴드를 -30bp~+30bp를 제시했다. 이 중 2년물은 -5bp에 물량을 채우며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3bp, +10bp에서 물량이 소진됐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건설채뿐만 아니라 비우량 등급(BBB+~BBB-)에서도 흥행 사례가 나왔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은 ‘BBB+’, ‘BBB0’ 등급을 받아 스플릿(등급 불일치) 상태로 지난 23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다. BBB급으로선 올해 첫 수요예측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이 모였는데 500억원 모집에 76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1년물 200억원 모집에 210억원, 2년물 300억원 모집에 550억원이 몰린 것이다.

비우량 등급은 지난해 가시밭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엔 AA등급 이상 우량물 발행 비중이 전체의 71.9%였을 정도로 비우량 등급 회사채 외면 현상을 두드러졌었다. 이는 우량-비우량 등급 간 금리 격차에서도 나타났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AA-등급 3년물의 가산금리는 74bp인 반면 BBB-등급 3년물은 719bp였다. 

통화정책 불확실성 감소와 금리 매력이 이들 수요예측에 온기를 불어넣은 주요 요소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곧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보다는 현상 유지 쪽에 가닥을 잡으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비우량채와 일부 건설채의 높은 금리 매력이 더해지면서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다만 연초효과에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기업들이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기업들이 회사채 모집에 나섰고 흥행으로 이어졌다”며 “아직 경계 심리가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는 심화될 수 있어 온기가 전반적으로 퍼졌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밝혔다.

이에 향후 시장에 나올 회사채의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비우량등급 중에선 AJ네트웍스(BBB+)와 두산퓨얼셀(BBB)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채 역시 시장에 다수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올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업종 회사채 규모만 1조556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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