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이익 추구 집단' 이미지 생길까 우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서울 본점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토스뱅크의 ‘수수료 0원’ 환전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입을 재무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들의 잇단 파격 행보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시중은행이 그간 얻었던 이익을 인터넷은행들이 계속 포기하면 자칫 인터넷은행-시중은행의 경쟁이 ‘선악구도’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곳당 개인 환전수익 370억원···재무적 피해는 적을듯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1~9월까지 개인고객 대상 환전 서비스로 얻은 수수료이익은 총 111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4분기까지 고려하면 한 해 약 1500억원의 이익을 걷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년 동안 시중은행 한 곳 당 개인 고객의 환전으로부터 평균 375억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토스뱅크의 환전 서비스 출시로 시중은행이 당장 큰 손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뱅크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최근 수수료를 받지 않는 환전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6일 만에 환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외화통장 계좌 수가 3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초기 반응이 뜨겁다. 

시중은행이 토스뱅크에 개인 환전 고객 절반을 뺏긴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180억원 정도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시중은행은 한해 당기순익으로 2조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걸 고려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 시중은행 한 곳의 일년 전체 외화 관련 수수료수익만 보더라도 1500억원이 넘는다.  

더구나 토스뱅크는 아직 외화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시중은행과 겹치는 사업 영역은 더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의 개인고객 환전수수료수익은 외화 송금을 통해 발생하는 환전수수료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송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 수익의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이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향후 외화 송금 서비스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가 앞으로 외환 관련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기업 영업을 하지 않는 이상 시중은행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외환 관련 사업은 개인고객 보다 기업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현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외엔 기업금융 사업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이 기업 상대로 영업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잇달아 수수료 없애는 인뱅···시중은행, 비판 더 받을까 '전전긍긍'

시중은행이 우려하는 지점은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들이 받던 수수료를 없애는 서비스를 계속 내놓으면 그만큼 시중은행들은 ‘과도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부터 자동입출금기(ATM)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후발 주자인 토스뱅크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인터넷은행은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도 대부분 면제해주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중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침체 속에서도 이자장사에 몰두한다는 사회적인 비판을 받았다. 물론 시중은행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대출금리 인하, 사회공헌기금 조성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된 이미지를 바꾸긴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이러한 브랜드 가치 싸움에서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에 밀리면 개인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인터넷은행에 넘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전·월세 보증금 대출 포함) 잔액은 작년 한 해 동안 약 11조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증가규모인 13조6023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여기에 올해 토스뱅크가 전세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인터넷은행의 대출 증가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최근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이 같은 파격 행보를 보이면 시중은행의 노력의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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