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에 LH 땅 분양하고도 못 받은 대금 1.5조원대···토지분양도 냉랭
HUG도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3.5조 대위변제로 재무상황 악화
한국부동산원은 통계수치 조작 의혹에 몸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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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 등 국토교통부 주요 산하기관 BI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한국부동산원 등 국토교통부 주요 산하기관들이 새해부터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갖가지 악재로 건설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영향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기관 중 가장 큰 조직규모를 자랑하는 LH는 토지를 분양했으나 받지 못한 분양대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공동주택용지 연체 대금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달 중순 기준 1조5190억원으로 반년 새 5000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이는 토지 분양금액에 미납된 약정 이자 및 연체이자까지 더한 규모다.

LH는 시행·시공사 등에 토지를 공급하면 회사는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고 아파트를 분양한다.

이후 수분양자로부터 받은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LH에 토지 대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을 하더라도 미분양이 날 게 우려되자 상당수 건설업체는 분양을 미루고 있다. LH도 업무흐름상 자연히 받아야 할 토지 분양대금을 못 받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땅값을 못 받는 사례도 늘었는데 토지 판매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행 주체가 이자 부담과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 토지 매입을 검토에 몸사려서다. LH는 지난해 공동주택용지 63개 필지를 분양했지만 이 중 20%가 넘는 13개 필지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호시절에는 수백대 일의 경쟁률은 가뿐히 넘었다. 공급을 위해 통상 받아온 입찰보증금 비율을 낮추고 토지대금 납부에 거치기간을 두는 등 참여 문턱을 낮췄지만 소용없었다.

또 다른 국토부 산하기관인 HUG도 재무 상황이 나빠지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HUG가 대신 반환해준 금액도 늘어나서다.

HUG에 따르면 HUG가 지난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3조5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 여파로 2022년 13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사고 건수로만 보면 2022년 5443건(사고액 1조1726억원) 대비 지난해 1만9350건(사고액 4조3347억)으로 4배나 급증했으니 지난해 적자폭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만 두고봤을 때에도 순손실 1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HUG는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4조9141억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직 내부에도 수개월 째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집값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어서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2017년 6월부터 약 4년 6개월간 94차례 이상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와 관련, 이번 주초 들어서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 정부 고위직 인사 소환 조사까지 이뤄지는 등 수사에 더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LH와 HUG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도 ‘미흡(D)’으로 낮아 성과급도 못 받고, 부동산원 수장은 다음달 임기만료로 다소 어수선하다”며 “임직원이 사기충천할 수 있도록 조직 개선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핵심과제 설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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