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단체교섭 의무 없다” 소송 냈지만 1·2심 패소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인정
법원 “실질적 사용자, 하청 근로자 노동3권 보장해야”

CJ대한통운택배 터미널 모습. /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 택배 터미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원청인 CJ대한통운에게 하청 소속 택배기사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정은 적법한 것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단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사용종속관계나 근로계약 여부뿐만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황의동·위광하)는 24일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6월 중노위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가 요구한 단체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 위법하다며 사측이 제기한 소송이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노동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주 5일 근무제 도입 ▲급지별 수수료 체계 개편 ▲사고 부책(책임부담) 개선 등을 의제로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CJ대한통운이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2021년 6월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며 초심 판정을 뒤집었고, 이후 소송 전으로 번졌다.

재판과정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위수탁 계약을 한 당사자는 하청인 대리점이기 때문에 자신은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닌 만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노조는 노동자들이 CJ대한통운의 지시를 받고 상품을 배달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이 의미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책임을 일정 정도 담당하고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이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원청 사업주의 복합적 노무 관계 때문에 하청 근로자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직접적 계약’이 없으면 택배기사의 교섭 상대는 CJ대한통운이 아닌 택배대리점이라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사례였다.

그러면서 1심은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단체교섭 거부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CJ대한통운은 이 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며 항소했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 결정권을 확대해 해석할 경우 교섭 현장에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난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CJ대한통운 측 대리인은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으로 연결되고, 단체협약은 그와 지속되는 부정 근로계약 등을 무효로 할 수도 있는 강력한 기관적 태도를 갖는다는 점,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 범위는 예측하기 어렵고 자칫 사용자가 형사처벌의 위험에까지 노출될 수 있는 점도 (판결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으나,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하청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사측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정의한다.

CJ대한통운은 이날 판결에 대해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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