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SAF 사용 의무화 및 보조금 지원···탄소중립 시대 대비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SAF 생산 탄력, 상업 생산 시스템 준비 박차

대한항공 항공기에 항공유가 급유되는 모습. /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에 항공유가 급유되는 모습. / 사진=대한항공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지속가능 항공유 ‘SAF’ 생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정유업계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시장 대응을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을 위해 SAF 사용을 의무화한 가운데 미국 역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SAF는 국내 정유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SAF는 석탄이나 석유 대신 폐식용유 및 동식물성 기름,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생산하는 친환경 항공유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기존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약 80%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연료로 주목을 받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SAF 수요 전망은 ▲2025년 80억톤(t) ▲2030년 230억t ▲2040년 2290억t ▲2050년 4490억t 등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21년 1조원 규모에서 내년 13조원, 3년 후인 2027년에는 28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47.2%다.

EU의 SAF 항공유 의무 포함 비율은 2025년 2%에서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은 현지에서 SAF를 생산하는 정유사에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주는데, 1갤런당 1.25달러에서 최대 1.75달러의 혜택을 제공한다.

항공유는 국내 정유사의 주력 수출 품목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석유제품 수출액 74조원 중 약 18%가 항공유다. EU와 북미권에서 SAF 사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생산라인 확보 및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SAF 상업 생산을 목표로 울산 생산거점(CLX)에 관련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기업인 펄크럼에 투자해 합성 원유 생산을 추진 중이다.

펄크럼은 미국에서 생활 폐기물로 합성 원유를 만드는 공정을 최초로 상업화한 기업이다. 폐기물 수집부터 가스화, 합성 원유의 생산이 가능하다. SK는 260억원을 펄크럼에 투입해 합성 원유의 상업 생산을 준비 중이다.

단, 기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은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제조하는 것만 해당 사업으로 규정했다. SAF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지 않아 폐식용유 등으로 제품을 생산해도 ‘불법’에 해당했다.

그러나 최근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유사들의 SAF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됐다. 개정안에는 석유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의 투입 허용과 정부 지원 등이 포함됐다.

SAF 생산의 법적 근거가 확보됨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활발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시행은 공포 6개월 이후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글로벌 SAF 시장 진입 시기는 경쟁국보다 빠른 편에 속한다”며 “EU가 2025년부터 SAF를 의무화한 만큼 내년부터 생산·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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