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내연기관 윤활유 수요 줄자 전기차 시장 진출
데이터센터·에너지저장장치(ESS) 쓰일 '액침냉각' 기술 개발 활발

SK이노베이션의 대표 윤활유 브랜드 '지크'. / 사진=SK
SK엔무브의 대표 윤활유 브랜드 '지크'. / 사진=SK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윤활유 시장도 격변하고 있다. 향후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기차 윤활유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정유업계도 일제히 경쟁에 뛰어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현대엑스티어 EVF’를 공개하면서 전기차 윤활유 시장 진출을 알렸다. 전기차 차종에 따른 윤활유 제품 2종도 함께 출시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윤활유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유 업계에서 윤활유 사업은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혀왔지만 내연기관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자연스레 윤활유가 설 자리도 줄었다는 평이다. 

정유업계는 최근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각 사는 윤활유와 냉각수 등 전기차 유체 시장을 공략, 전기차 성능을 올리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로 유명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는 2010년부터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시작해 현재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차용 새 브랜드 런칭을 발표했다. 전기차 윤활유를 비롯해 다양한 차세대 윤활유 개발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킥스 EV’를,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세븐 EV’ 등 새 브랜드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알렸다. 국내 정유4사가 모두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윤활유 ZIC가 전기차 모형 안에서 구동되는 모습. / 사진=정용석 기자
전기차용 윤활유 ZIC가 전기차 모형 안에서 구동되는 모습. / 사진=정용석 기자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존 내연기관 윤활유와는 달리 배터리와 모터 냉각과 이차전지 효율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내연기관 윤활유는 교환 주기가 1만km 안팎이지만 전기차용 윤활유는 15만km 이상이다. 긴 교환 주기를 갖고 있어 전기차 윤활유 대부분이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의 48%를 차지하면서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도 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열리지 않은 미지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침전시켜 냉각하는 기술인 액침냉각도 윤활유 업계의 주요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액침냉각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내 기업으로는 SK엔무브가 꼽힌다. SK엔무브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미국 PC 제조 및 IT 솔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액침냉각 시장이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2040년 42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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