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침냉각유, 기존 냉각방식보다 전력 효율 20~30%↑
SK엔무브, 데이터센터·배터리·ESS에 투입될 맞춤형 제품 개발

SK엔무브의 액침냉각유가 SK텔레콤 데이터센버 서버 장비에서 실증되는 모습. / 사진=SK
SK엔무브의 액침냉각유가 SK텔레콤 데이터센버 서버 장비에서 실증되는 모습.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엔무브와 GS칼텍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쓰오일 등 국내 대표 정유·석유화학·방산 기업이 잇따라 액침냉각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열을 식히는 냉각유로 윤활유를 활용하는 액침냉각유는 기존 냉각 방식보다 전력 효율이 20~30% 높아 저탄소 시대에 걸맞는 신기술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배터리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공기 냉각을 이용하는 공랭식과 비교해 소모 에너지가 낮아 에너지 효율이 높다. 또 서버 하드웨어 고장의 주된 원인인 발열과 먼지, 수분 등을 제거해 기기의 불량 가능성을 낮추고 사용 수명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대규모 서버를 갖추는 산업이 많아지는 동시에 서버 하드웨어가 고도화되며 기기 발열량도 높아져,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에 대한 절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반 건축물 대비 40~100배 많은 전력량을 소비하는데, 이 중 냉각용 에너지가 전체 전력량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절감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로 액침냉각유가 주목 받는 이유다.

30일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유 시장은 2022년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2032년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매년 21.5% 커지는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기업 중 액침냉각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SK엔무브다. 액침냉각유는 윤활유의 한 종류다. SK엔무브는 윤활유 분야의 강자인 만큼 액침냉각유 시장에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SK엔무브는 앞서 미국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 ‘GRC’에 2500만 달러(약 340억원)의 지분투자를 실시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영국 액침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소톱’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액침 냉각 시스템 표준화와 냉각 성능 인증,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에 투입할 제품 개발 등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SK그룹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사업화 검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협업 사례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SK엔무브와 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동으로 선박용 액침냉각유를 개발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전력 효율이 뛰어나 탄소 배출이 적은 선박용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국내외 선박 협회에서 선급 인증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통 정유기업도 액침냉각유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액침냉각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해당 시장에 뛰어들 것을 공식화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신사업 진출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유의 친환경·전력효율 등의 장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려진 상태”라며 “에너지 효율화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될 맞춤 제품을 하루 빨리 개발하는 것이 향후 시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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