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침냉각 적용시 전력 효율 30% 이상 개선···선두주자 SK엔무브, 상용화 가장 빠를 듯
GS·에쓰오일도 진출···HD현대오일뱅크 "검토 단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막이 오르며 전력 수요가 수십 배 늘어나자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액침냉각유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일종의 윤활유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로 평가받는다.
국내선 정유업계가 액침냉각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국내 최초로 액침냉각유 개발에 나서 실증까지 마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가 꼽힌다. 이외에도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모두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윤활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가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Thermal Fluids) 개발에 뛰어든 이후 올해를 기점으로 4개사 모두 액침냉각 시장에 참전한 것.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에 따라 AI 산업도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바로 전력 수급이다. 세계 각국에서 AI 인프라 확충에 불이 붙으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2년 전체 전력 수요의 2%인 460TWh에서 2026년에는 620~1050T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전력량과 발열량을 잡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전력량이 7배 이상 소모된다”면서 “특히 데이터센터 장치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선 냉방에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액침냉각이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비전도성 기름에 데이터센터 서버 등을 직접 담가 열을 흡수하는 기술이다. 기존 공랭식 냉각은 공기 냉각에 필요한 팬이나 송풍기가 필요했지만, 액침냉각은 이러한 장치가 필요 없어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마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수치는 다르지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다. 퓨처마켓인사이트는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2년 3억3000만달러(약 4550억원)에서 2032년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확대돼 연평균 2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츠앤마켓츠는 2030년 예상 시장 규모를 17억1000만달러(2조3550억원)로 추정했다.
액침냉각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센터는 기존 설비보다 전력 소비량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엔무브는 SK텔레콤 인천사옥에서 회사가 보유한 액침냉각용 플루이드 ‘ZIC e-FLO’ 시범 운용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서버 냉각용 에너지가 전체 사용 전력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액침냉각 기술 적용을 통해 전력비를 15%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엔무브는 검증된 기술을 올해 중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계획이다. 상용화에 있어선 국내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다. 올해 2월에는 정밀 액체냉각에 적합한 냉각유 개발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후발주자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 개발에 분주하다.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든 GS칼텍스도 최근 협력 업체들과의 실증 평가를 완료했다. 전기차·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통해 특화된 액침냉각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측은 “데이터센터 서버의 안정적 구동 및 열관리 기능에 대한 제품성능을 검증했다”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용,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맞는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윤활R&D팀을 신설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본격적인 사업 진출에 앞서 시장성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