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IPO 흥행하면 주주인 우리은행도 이익↑
케뱅 지원자 역할했지만···별다른 이익 못거둬
실적 성장 급한 우리은행···대규모 이익 거둘까

우리은행·케이뱅크 서울 사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최근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나서면서 우리은행의 기대도 커진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이기에 케이뱅크가 공모가를 높게 평가받으면 얻는 이익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각 계열사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을 요청한 만큼 케이뱅크 증자를 통해 얻은 ‘일회성 이익’은 우리은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을 결의했다.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이른 시일 내에 지정감사인 신청 및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주식시장이 계속 침체되면서 결국 일정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서 흥행을 거둔다면 우리은행도 대규모 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2.6%를 가진 주요주주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덕분에 700억원 가량의 회계상 이익(간주처분이익)을 거둔 바 있다. 당시 거둔 이익 덕분에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출범 직후 이어진 적자로 인해 입었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현재 장외거래 되고 있는 케이뱅크의 비상장 주식은 1만1500~1만1800원 정도다. 2021년 케이뱅크가 신주를 주당 6500원에 발행한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물론 장외거래 가격이 공모가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IPO 전망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주식을 모두 주당 5000원에 사들였기에 이 가격을 넘어서면 많은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에 투자한 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손해만 봤다. 케이뱅크가 출범 이후 제대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케이뱅크를 포기하지 않고 재무적 지원자의 역할을 다했다. 지난 2020년 케이뱅크가 약 1500억원의 우선주를 발행할 당시 이를 인수해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덕분에 케이뱅크의 자본 사정은 숨통이 트였다.

이번 IPO에서 우리은행이 대규모 이익을 거둔다면 그간 인내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실적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이다. 그룹 전체가 지난해 실적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라고 주문한 이유다. 우리은행은 그룹 전체 순익의 90%가까이 담당한다. 

케이뱅크가 올해 IPO 흥행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은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완화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3년 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30%로 정해줬다. 기존 기준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그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됐던 낮은 자산건전성 수준을 개선할 여력이 생겼다. 건전성이 나아지면 그만큼 이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비용항목인 대손충당금을 덜 쌓아도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다만 문제는 주식시장 상황이 얼마나 좋아지느냐다. 올 하반기 금리 하락기가 시작돼 주식시장에 자금이 풀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증시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의존한 사업구조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 가운데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은 18%를 차지했다. 업비트와 계약관계가 끊어지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고객 기반을 넓혀 IPO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며 “IPO로 확보한 자본으로 영업 근간을 강화해 혁신금융과 상생금융 등 인터넷은행의 성장 선순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자료=우리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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