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지속된 하락에 ETF와 ETN 수익률 곤두박질
개인 투자자 높은 순매수 보여···현재로선 성과 부진
증권가 부정적 전망 속 강한 반등세 나올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홍콩 증시의 하락세가 깊어지면서 역발상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관련 투자 상품의 성과 부진뿐만 아니라 일부 ETN(상장지수증권)의 경우 조기청산 사례도 나온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부양책 없이는 강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올 들어 전날까지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상품은 -35.98%의 수익률을 기록한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다. 이 ETF는 홍콩 증시의 기술주로 구성된 ‘Hang Seng TECH 지수’ 상승에 수익률이 두 배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 ETF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했던 종목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개인 투자자는 올 들어 전날까지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ETF를 1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홍콩 증시가 큰 폭으로 내리자 반등을 기대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홍콩 증시가 12% 넘게 내리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다른 홍콩 투자 상품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표적으로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HSCEI)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ETF는 올 들어 전날까지 -24.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 역시 1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심지어 ETN에서는 조기청산 사례도 나왔다.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실시간 지표가치가 10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당초 이 ETN의 만기일은 오는 7월 19일이었다. 한국거래소는 2020년 8월 이후 출시한 ETN부터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 거래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조기 청산 조처를 한다.

홍콩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 ETN은 올 들어 전날까지 10억원어치의 개인 투자자 순매수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ETN의 상환 가격은 조기청산 사유 발생일의 지표가치로 결정된다. 상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ETP(상장지수상품)뿐만 아니라 ELS(주가연계증권) 역발상 투자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하반기 홍콩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때 높은 수익률이나 완화된 조기상환 조건을 내건 ELS들이 다수 등장했다. 홍콩 증시 바닥론에 기대 투자에 나섰지만 홍콩H지수(HSCEI)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조기상환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발행한 ‘TRUE ELS 제16221회(스텝다운)’는 HSCEI, S&P500, EUROSTOXX50를 기초자산으로 연 6.4% 수익률을 내걸었다. 첫 조기상환 조건이 기초자산의 88% 수준으로 일반 기준보다 낮았고 녹인(Knock-In, 원금손실구간)도 43%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조기상환 평가일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환이 연장됐다.

문제는 홍콩 증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홍콩 증시 패닉 국면은 경기 침체 심화, 미진한 정부 정책 우려,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 확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미시적인 대응에 그치면서 경기 반등과 주가 회복의 탄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증시에 대한 투자 전략으로 ‘위험관리,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중화권 증시 급락의 빌미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이었으나 근본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 대한 실망감이 투매로 이어진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행뿐만 아니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역시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 선을 긋는 발언을 하는 등 중국 경기의 반등 불씨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반등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실제 이날 리창 중국 총리가 증시 안정을 강조하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영향에 이날 중국 본토 증시뿐만 아니라 홍콩H지수도 3%대 반등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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