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과정서 지분율 높이고자 한일시멘트 시세조종 혐의
초교 동창 이어 협력사 대표 아내 ‘차명거래’ 확인···시점도 일치해
허 회장 측 ‘차명거래 맞지만, 시세조종 목적 아니다’며 무죄 주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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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사업회사의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된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의 형사재판에서 한일시멘트 주식이 차명거래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장성훈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등 6명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고, 한일시멘트 협력사 대표 김아무개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씨는 이 사건 공동피고인이지만, 이날 증인신분으로 증인석에 섰다.

증인 김씨는 1985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2007년까지 근무한 인물이다. 퇴사 후 한일시멘트 관계사 또는 협력사에서 일했다. 현재 협력사인 S사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날 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아내 최아무개씨 명의 계좌를 통해 2018년 8월21일부터~9월7일까지 한일시멘트 주식 총 5172주를 11회에 걸쳐 분할매수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억원이다. 그는 이듬해 1월 주식을 매도했다.

김씨는 한일시멘트 직원 K씨로부터 주식매수와 매도를 부탁받아 거래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K씨로부터 거래 시점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전달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씨 아내의 차명거래가 다른 차명계좌가 동원된 주식거래와 거의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며 시세조종을 의심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증인으로 출석했던 허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생 안아무개씨도 2018년 8월21일부터 9월7일까지 한일시멘트 주식 6250주를 거래(거래액 9억1400만원)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매수 시점은 김씨와 일치한다. 안씨는 2019년 5월22일 6250주를 8억3000여만원에 블록딜 매도(일괄매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씨가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진술 신빙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면서도 “김씨는 증인신문을 받았으나, 피고인 신분이기도 해 진술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8월 투자부문인 한일홀딩스(분할존속회사)와 사업부문인 한일시멘트(분할신설회사)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한일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하겠다며 한일시멘트의 기명식 보통주 180만주를 주당 15만4350원에 공개매수(기간 10월17일~11월5일)했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현금매수 방식’이 아닌, 응모주주에게 한일홀딩스 기명식 보통주식을 발행해 교부하는 ‘현물출자 신주발행의 방식’이었다.

검찰은 허 회장이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 주식 교환비율을 한일시멘트에 유리하게 적용해 총수의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개매수 전 차명거래를 통해 한일시멘트 주식가치를 높였다고 본다.

보유하던 한일시멘트 주식을 한일홀딩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데, 한일시멘트 주가가 올라가면 한일홀딩스로 바꿀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허 회장의 한일홀딩스 지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종’을 할 목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허 회장의 재판은 2021년 11월 시작해 26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해외로 출국한 증인과 이 사건 제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후 피고인신문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음 기일은 3월7일로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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