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매칭형 채권 ETF의 진화 버전···자동 재투자 효과
지난해 말 업계 첫 출시 이어 3종목 추가 상장···분기별 현금흐름 창출 가능
인컴 투자 수요 확대 속 ETF 시장 점유율 싸움에 도움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 최초로 출시한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가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존 ‘만기 매칭형 채권 ETF’의 불편함을 개선한 형태인데다 다양한 만기 상품을 조합하면 분기별로도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인컴 투자자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까닭이다. 

◇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 분기별 라인업 갖춰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오는 23일 만기 자동연장 채권 ETF 3종을 동시 상장한다. 이번에 상장하는 상품은 ‘ACE 2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ACE 5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ACE 8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다. 이들 상품은 신용등급 AA- 이상의 특수채·은행채·기타금융채·회사채 등을 편입한다.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는 편입자산의 만기 도래 시점이 다가오면 이듬해의 만기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교체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컨대 2월 만기 채권 위주로 구성된 2월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의 경우, 2월 마지막 영업일 전후 5영업일 이내에 포트폴리오 교체가 진행되고 만기 시마다 분배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기존 만기 매칭형 채권 ETF의 진화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 만기 매칭형 채권 ETF는 일반적인 채권 ETF와 달리 만기가 되면 청산되는 상품으로,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할 때와 마찬가지로 ‘만기 보유 전략’이 가능하다. 다만 재투자를 하기 위해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야 해 번거롭고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업계 최초의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인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를 지난해 말 출시한 바 있다. 이번 출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월과 5월, 8월, 11월을 만기로 한 ETF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4개 종목을 모두 매수할 경우 분기마다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기별로 원하는 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편입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 혹은 은퇴 이후 연금 인출기인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번에 출시한 ETF 3종의 YTM(만기 기대 수익률) 추정치는 3.6~3.7% 수준이다. 

◇ 높아진 인컴 수요 속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효자 상품될까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가 자산운용업계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우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월배당이나 분기 배당 등 인컴 투자 수요가 확대된 상황이라는 점은 기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ETF 시장에서 인컴 관련 상품들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1월 처음 출시됐던 만기 매칭형 채권 ETF는 출시 후 1년 만에 25개 종목이 상장됐고 순자산 규모만 6조원대로 성장했다. 2022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처음 등장한 월배당 ETF는 매달 인컴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말 기준 41개까지 늘었다.

상품 안정성이 일반 회사채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채권형 ETF는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하는 ETF가 편입하는 자산은 신용등급 ‘AA-’ 이상으로, 회사 측이 공개한 NICE 신용평가의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최근까지 AA 등급 채권의 평균누적부도율은 0%로 부도가 난 적이 없다.

다만 배당형 채권 ETF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금리 환경이 앞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흥행 실패 요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금리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지난해 고점에서 크게 떨어진 상태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인컴 수요보다는 채권 시세 차익 수요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 

만기 자동연장 채권형 ETF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경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점유율 싸움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9178억원으로 전년 말 3조526억원 대비 93.7%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4.88%로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점유율 8.03%)과의 격차를 좁히며 추격전을 시작한 상태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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