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 1조4000억원 시공권 두고 맞대결
파격 제안으로 조합원 마음 잡기 나서···27일 시공사 선정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산 재개발 최대어 ‘부산 촉진2-1구역’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사비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두 건설사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조합원 마음 잡기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공사기간 단축 등을 통해 조합원 한 가구당 분담금을 1억원 이상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공사비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등을 내세워 맞섰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2-1구역은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말 진행된 입찰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했다. 촉진2-1구역은 부산진구 범전동 263-5번지 일대 13만6727㎡를 재개발해 지하 5층~지상 69층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1902세대와 오피스텔 99실, 부대복리시설 등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원이 넘어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조합원 수가 276명으로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부산 촉진2-1구역에 제시한 ‘래미안 에스팰리스 부산’ 투시도 / 사진=삼성물산

촉진2-1구역은 당초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6월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GS건설이 요청한 3.3㎡당 공사비는 987만원 수준이다. 조합이 시공자 선정 절차를 다시 밟으면서 컨소시엄 불가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삼성물산은 포스코이앤씨보다 하루 앞서 입찰 보증금 현금 400억원을 납부하며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수주전에 참여한 건 2020년 신반포15구역·반포3구역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클린수주·선별수주 기조 아래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지는 첫 수주전인 만큼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홍보전에서 조합원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공사 기간을 2개월 단축해 63개월 안에 마무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인허가 변경 없는 설계를 제시해 정비계획 변경, 건축위원회 재심의, 사업시행 변경 등 추가적인 인허가 절차가 소요되지 않고 즉시 시공할 수 있는 빠른 사업 추진도 약속했다. 공사기간과 인허가기간 단축을 통해 조합원 한 가구당 1억원 가량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봤다.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AA+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필요없어 약 400억원에 달하는 보증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아 환급금을 받는 조합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환급금을 받는 조합원들에게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안에 조기 정산하는 조건을 내놨다. 추후 일반분양 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에 따라 발생하는 옵션 판매 수익 또한 조합원에게 귀속하기로 했다. 최대 수익을 위한 최적 분양 시점인 ‘골든타임 분양제’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아파트명은 ‘래미안 에스팰리스 부산’이다.

포스코이앤씨가 부산 촉진2-1구역에 제시한 ‘오티에르‘ 투시도 / 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는 촉진2-1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오티에르를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티에르는 그동안 서초 방배신동아와 신반포18차 등 서울 강남권 단지에 적용돼 왔다. 여기에 공사비를 낮춰 조합원의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기존 시공사가 제안한 3.3㎡당 공사비 987만원보다 96만원 낮은 891만원으 로 입찰  참여했다. 필수  사업 비 7000억원 전액을 무이자로 조달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내놨다. 여기에 서울 여의 도 더현대 백화점을 성공적으로 시공한 경험을 살려 1만7000여평에 달하는 촉진2-1구역의 상업시설을 완성하 겠다고 강조했다.

양 측이 제안한 공사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사업비 조달   방식과  특화설계 등에 따라 조합원 표심 향방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포스코이앤씨가 조합에 제안한 3.3㎡당 공사비는 삼  물산이 써낸 968만원보다 8%(77만원) 가량 저렴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총공사비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공사비는 삼성물산이 1조3559억원, 포스코이앤씨가 1조3274억원이다. 258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포스코이앤씨가 3.3㎡당 공사비를 낮출 수 있었던 건 지하 주차장 연면적을 늘린 덕분이다. 실제로 포스코이앤씨는 주차 면적을 늘려 주차대수를 471대 늘렸다. 제안서상 세대당 주차 수는 포스코이앤씨가 1.81대, 삼성물산이  1.61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의 연면적이 늘어나면서 모수가 커졌기 때문에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3.3㎡당 공사비도 낮아진 것으로 보 인다”며 “다만 실제 총공사비나 조합원 분담금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브랜드 이미지와 마감재, 조달 금리 등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화제안 등 차별성에 따라 조합원 선택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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