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고용부, 영세업체 대표들과 현장간담회 진행
“영세업체 사업주 1인 다역, 구속은 곧 폐업”
“서비스업 중대재해법 적용 몰라, 대비 난감”
“안전관리, 관리 총괄 종합건설업이 담당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준비도 안 됐는데 일괄 적용한다는 건 사업하지 말라는 거죠.”

경기 남양주시에서 지붕, 외벽 분야 소규모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H씨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당국이 규모와 환경이 천차만별인 건설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법을 일괄 적용하면서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H씨는 “중대재해법 대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고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의지가 없는게 아니라 여건이 전혀 돼 있지 않고 여건을 만들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주 의존도가 높은 영세업체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피해는 결국 근로자와 서민에 돌아간단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업체들의 고충을 적극 청취해 기업들의 재해 예방 역량을 강화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19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양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관련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중소, 영세기업들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부분 및 각종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이성희 고용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제조업, 전문건설업, 경비업 등 경기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눈앞에 닥친 만큼 현장에서 중소기업이 느끼는 법 적용 준비에 대한 어려움,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현실적 문제점과 우려를 비롯해 정부 지원 확대 요구 등이 오갔다. 

대표가 기획, 영업, 생산 및 안전관리 등 1인 다역을 하는 중소기업은 중대재해로 사업주가 구속되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피해는 일자리 축소로 인한 실직 우려 등 근로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단 지적이 제기됐다.

영상장비 제조업체 사업주 L씨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가 수사를 받는 동안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실상 폐업인데 결국 한 식구처럼 일하던 근로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처벌이 만능이 아니며 재해 예방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양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9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양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중대재해법에 무관심한 업종들이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단 지적도 나왔다. 무인경비 업체 사업주 K씨는 “우리 같은 서비스업에도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똑같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2년의 시간을 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당장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사업주들이 주변에 많다”고 언급했다.

건설업의 경우 안전관리 주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안전관리자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단 조언도 있었다. H씨는 “분야별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이 아니라 관리를 총괄하는 종합건설업체가 주체가 돼 안전시설 및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비용은 설계단계서부터 적용하며 분야별 시공을 담당하는 소속된 공사 참여자 기능공들의 안전을 실천하도록 관리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중급 이상 기술인을 안전관리자로 허용하는데 일정기간 경력을 갖춘 초급으로도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선 법 적용 대비가 부족하단 점을 근거로 추가 유예 연장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면서 추가 유예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법 시행시 영세업체 지원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정부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이 재해예방을 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을 집중 지원했다. 그러나 준비 지원에 현실적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1월 말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안전에 취약한 중점지원 사업장에 대해선 컨설팅, 교육 등을 집중하는 맞춤형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용한 모든 행정 자원을 적극 활용해 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이 차관은 “중대재해법 추가 적용 유예에 대한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크다”며 국회에 계류된 50인미만 기업에 대한 2년 추가 적용 유예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19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양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9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양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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