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수수료 없는 외환서비스 출시
업계 "기업 영업 안하는데···이익 늘릴 수 있을까"
"대출 등 다른 서비스 유도가 주목적" 해석도

/사진=토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수수료를 없앤 환전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뱅크가 관련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영업을 하지 않는 토스뱅크가 외환 관련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얼마만큼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외환 서비스로 확보한 고객이 대출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표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외화를 살 때나 팔 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외환 서비스를 전날 출시했다. 외화통장 하나로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외화 예치 한도는 없고 월 환전은 최대 3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 해외 결제와 현금자동화기기(ATM) 입출금 수수료도 무료다. 

토스뱅크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외환 관련 다른 서비스로 확장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토스뱅크가 밝힌 사업은 외화 운용, 해외송금, 증권연계계좌, 법인 해외대금 결제 등이다. 이를 통해 환전 수수료 면제로 ‘역마진’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외화 운용 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열린 서비스 출시 행사서 "시중은행이 외화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모델은 환전수수료만 있는 게 아니라 외화를 운용하고 조달하고 다른 은행에 제공하는 등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 많다"며 "토뱅도 B2B(기업 간 거래)나 여러 사업모델에서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사실상 하지 않는 토스뱅크가 외환 운용을 통해 얼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외화 운용으로 이익을 늘리려면 그만큼 외화를 많이 조달해와야 한다. 국내 은행의 외화 조달의 절반 가까이는 외화 예수금이며, 이는 대부분 기업이 넣은 자금이다. 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한다 하더라도 예수금 규모가 적으면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용 규모를 갖추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가 법인 해외대금 결제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기업은 보통 외환서비스 외에도 대출, 송금, 퇴직연금 등을 모두 주거래은행에서 이용한다. 특히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해당 은행의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다. 기업 대출을 하지 않는 토스뱅크가 법인 해외대금 결제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송금, 증권연계계좌 사업은 수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특히 증권연계계좌는 해외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환전수수료도 대폭 줄이거나 받지 않는 방법을 마련한다면 투자자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토스뱅크를 제외한 인터넷은행들은 증권연계계좌 서비스를 통해 많은 수의 증권계좌 개설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에서 개설된 증권계좌는 총 640만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비이자이익을 얼마만큼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잘되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증권연계계좌 서비스로 비이자이익을 생각보다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증권연계계좌 수수료이익이 포함된 플랫폼 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내외 정도다. 증권연계계좌 수수료만 따지면 이 비율은 더 내려간다.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를 포기하면서도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선 해외송금, 증권연계계좌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규모로 늘려야한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토스뱅크가 환전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대출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의견도 나온다. 외환 거래를 통해 편의성을 느낀 고객들은 나머지 금융상품도 토스뱅크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환전 서비스 덕분에 플랫폼 이용자수가 늘어나면 여·수신 확대 등 당장의 성과 뿐만 아니라 향후 기업공개(IPO)에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전 수수료를 내리면 소비자 입장에선 분명 좋은 일이다”라면서 “하지만 토스뱅크가 이 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심의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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