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참사 발생 1년3개월 만
“사고 위험성 예견에도 필요한 조치 하지 않아”
용산소방서장은 ‘무혐의’ 불기소···“주의의무 위반 아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최종 지휘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년 3개월 만이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검찰에 송치한 지 1년여 만이다. 이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정훈)는 18일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청장이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이 사고를 예견(예견가능성)할 수 있었거나 참사의 결과를 막을(회피가능성)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며,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여러 사람의 과실이 합쳐져 하나의 죄를 구성한다는 법리) 또한 긍정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해제와 대기발령 등 인사 조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형사 기소된 자를 직위 해제할 수 있고 3개월 이내의 대기를 명할 수 있다.

검찰은 또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112 상황실 간부(경정) 등 4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또는 증거인멸교사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핼러윈데이 다중운집과 관련한 112신고가 접수되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생했는데도, 적시에 그 위험도에 상응해 대응하지 않고 서울경찰청장 등 삽급자에게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혐의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에게는 증거인멸교사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2022년 11월2~4일 서울경찰청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해 업무 컴퓨터에 관련 자료 파일(1개)을 삭제하게 한 혐의다. 그는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에게 업무 컴퓨터에 보관 중인 다른 이태원 핼러윈 관련 자료(4개)를 삭제 지시한 범행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검찰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해 1월4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참사 당일 23시1분 이전에 사고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23시1분 최초로 인지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다.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도록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음에도 지원 요청을 지시했으며 그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추가됐다.

반면 참사 당시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수사를 받아온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 등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소방 구조업무가 최상의 결과를 낳지는 못했으나 ▲참사 당일 밤 10시24분 사고 발생 인식 후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약 7분만에 구조에 착수한 점 ▲실제 출동 지령을 받은 소방 차량 대수가 재난업무가이드 기준을 충족한 점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현장에서 구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종합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검찰은 김진호 전 용산경찰처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정보과장)도 무혐의 처분했다. 적정한 정보활동으로 관내 범죄·사고 등의 위험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할 일반적 주의의무는 있으나, 정보과장이 핼러윈데이 인파운집 대응 부서로 지정되거나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는 등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검찰의 처분 결과는 수심위의 결정을 존중해 따른 것이다. 앞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심위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비공개 현안위원회 회의를 열고 김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찬성 9명, 반대 6명으로 기소 권고를 의결한 바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는 14명이 불기소 의견을, 1명이 기소 의견을 내 불기소 권고안이 의결됐다.

현재 기소돼 재판중인 사람은 총 18명이다. 공무원으로는 ▲참사 관련 보고서 삭제(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관련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관계자 3명 ▲주의의무 불이행 등으로 158명의 사망 등을 발생(업무상과실치사상)시키고 현장 도착 시간을 빠르게 허위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으로 용산경찰서 관계자 5명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무유기 등 혐의로 용산구청 관계자 4명 ▲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등 혐의 용산보건소 관계자 1명 등 13명이 있다.

일반인으로는 ▲상가증축 등으로 피해를 키운 혐의(건축법 위반, 도로법위반)로 호텔 대표와 호텔 법인, 음식점 운영자, 주점 운영자 및 법인 5명이 기소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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