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
일하는 노인일수록 자신이 ‘건강 상태가 좋다’고 느껴

한 노인이 일자리 / 사진=연합뉴스
한 노인이 구인 게시판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일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7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44만개가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라고 하죠. 매스컴을 보면 이를 두고 ‘늙어서 까지 일해야 되느냐’, ‘청년 취업이 늘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등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번 주는 왜 일하는 노인이 많아지는지,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인지에 대해 짚어봅니다.

◆일하는 노인, 왜 늘었나 

우선 일하는 노인이 많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평균수명이나 건강상태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환갑까지 살면 오래 살았다고 잔치했던 과거와는 다릅니다. 의학계일각에선 이미 60대를 노인층으로 잡아도 될지 여부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과거 30대와 현재 30대를 비교해보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라이프사이클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고 점점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일하는 노인들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운 일?

평균수명 증가를 차치하더라도 노인들의 사회활동은 그저 안타깝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극빈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폐지를 줍거나 억지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별개로 하고, 그 외 여러 자발적 사회활동은 노인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긍정적 결과를 만듭니다.

사람 건강이 가만히 쉬면 더 좋아질 것 같지만 중증 환자가 아니고서야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무언가를 해야 더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정신적, 신체적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일하는 노년층은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신감 있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2023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취업자 중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5%로, 비취업 고령자(21.9%)보다 15.6%포인트 높았습니다.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선 서빙 하거나 관광지 안내 역할을 하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백발 노인들이 서빙하는 스테이크가 있다고 낭만 있어 하면서, 한국 노인들이 일을 하면 불쌍하게 보는 것도 넌센스로 보입니다.

◆노인이 청년층 일자리 차지한다?

노인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시각은 어불성설로 보입니다. 노년층이 삼성전자 대리, 현대차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년층이 연륜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애초에 청년 연륜으로는 못 가거나 혹은 안 가는 곳에서 일하는 노년층이 대다수입니다. 일자리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죠.

원래 일자리는 나이가 어리든 많든, 남자든 여자든 특정 요소를 고려하고 제공되는 게 아니라, 더 적합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노년인지 청년인지 여부를 떠나 더 적합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일자리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제 80세는 물론, 예전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90대 노인분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자발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며 활기찬 생황을 하는 수많은 노년층까지 묶어 불쌍한 취급을 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 아닐까요.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