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차 계약포기로 무순위 청약접수 진행하는 사업장 증가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유망한 사업장들에서 세자릿수 경쟁률을 보는데 어렵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반전됐다. 두 자릿수 경쟁률을 쓰는 곳조차 드물고, 분양을 진행한 절반의 사업장은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영향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서 청약을 진행한 총 15곳의 사업장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곳의 사업장의 경쟁률은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중에는 청약을 신청한 자가 한 명도 없는 사업장도 있다. 주택시장 호황기에는 분양만 하면 대부분의 사업장이 최소 두자릿수 경쟁률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찾기 힘들 정도다. 충남 아산 탕정지구의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52.5대 1)과 인천 검단신도시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38.5대 1) 두 곳의 사업장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청약경쟁률이 저조한 이유로 고분양가 부담 및 집값 하락을 꼽는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갈수록 분양가는 높아지고 있는데 집값은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1월 셋째주, 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04% 하락하며 8주 연속 내림새를 이어갔다. 게다가 매매가격을 받쳐주는 전셋값조차 지금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오름폭은 줄어들고 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 같은시기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0.02%)은 26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지만 상승폭은 지난주(0.03%) 대비 줄었기 때문이다.

청약경쟁률에서는 선방했지만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조차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 16일 주인을 찾지 못한 158가구에 대한 무순위 2차 청약접수를 했다. 지난해 말 진행한 1차 무순위 청약에서 총 291명이 접수했지만, 실제 계약은 39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1·2순위 청약 때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평균 청약경쟁률 17.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도 최근 미분양 152가구에 대해,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도 미계약자가 속출하면서 무순위 청약을 한 바 있다.

실제 이와 같은 이유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2561만3500명으로 1년 전인 2022년 12월 말 2638만1230명에 비해 76만7770명이 감소했다. 청약통장은 한 때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필수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미분양이 많아 굳이 통장을 쓰지 않고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보니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 금리 대비 낮은 점도 청약통장 해지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작년에 청약통장 금리를 인상해 2.8% 수준까지 올렸지만 여전히 시중 은행 금리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비싼 분양가와 대출이자 탓에 시세차익 실현이 어려워지면서 계약포기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며 “과거 서울지역에서 통했던 청약흥행=완판 공식이 사실상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전망이 안갯속인 만큼 수요자도 입지나 브랜드만 보고 청약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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