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 제외·세금 완화’ 신축 오피스텔에만 적용
기존 소유주들 ‘역차별’ 주장···“침체 더욱 심화될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오피스텔 시장 살리기에 나섰지만 기존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택 수 배제와 세금 감면 혜택이 새로 매입하는 오피스텔에만 적용돼 이미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에겐 전혀 혜택이 없어서다. 수요가 신축으로 쏠리면서 기존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 소형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하면 취득세가 50% 감면된다. 아울러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주택업계가 끊임없이 요구해온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도 허용된다. 1~2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오피스텔의 수요와 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오피스텔 시장은 현재 수요와 공급 모두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5.97대 1을 기록했다. 2021년 10.89대 1에서 반토막 난 것이다. 미착공에 따른 인허가 물량이 줄면서 신규 공급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이 계획된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지난해 분양 실적(1만6344실)의 42% 수준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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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이번 대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인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가 신축 구입 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한때 부동산 활황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오피스텔 가격이 급등하고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등 투기 수요가 몰렸다. 그러자 정부는 2020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시켰다. 오피스텔을 섣불리 매입했다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인기는 빠르게 식었고 고금리와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시장은 얼어붙었다.

실제로 오피스텔 거래량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마저 지난해 8552건으로 2022년(1만5321건)에 비해 절반(6801건) 가량 줄었다.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수요가 신축 오피스텔로 몰리면서 기존 오피스텔의 거래가뭄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약세다. 한국부동산에 따르면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지난해 4분기 0.56% 하락했다. 2022년 3분기(-0.24%)부터 꺾이기 시작한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택경기 회복세가 나타났을 때도 오피스텔 가격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책을 통해 오피스텔 시장이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오피스텔 분양가가 이미 아파트 수준 이상으로 크게 올라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투자 수요의 움직임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라 수요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한도를 위한 DSR을 산정할 때 금리변동 위험을 미리 반영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규제다.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택하는 차주 중심으로 스트레스 DSR로 대출 한도가 쪼그라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공급자 측면에서 나온 것으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공급자인 건설사의 숨통을 트여주고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행된다면 오피스텔 매매 수요가 신축으로 쏠리면서 기존 오피스텔에 대한 선호가 떨어져 가격 하락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오피스텔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선 신축 단지뿐만 아니라 기존 단지까지 세금 혜택 등 규제 완화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오피스텔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과정에서 주택 수에 포함돼 불이익을 받는다”며 “하지만 대출을 받을 때는 비주택으로 분류돼 높은 금리와 낮은 대출 한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오피스텔 물량은 향후 2년간 지어지는 신축 물량보다 많다”며 “기존 오피스텔을 제외한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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