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발표에도 서울아파트 매물 800건 증가
규제완화책으로 공급 확대 추진하지만 첫발 뗀 재건축 사업장조차 각종 구설에 게걸음

재건축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재건축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1·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장 활성화 기대감을 키우긴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발표 주택 매물이 발표 직전 대비 되레 800건이나 쌓였고, 재건축 연한이 지나 정비사업 추진을 기대하던 경기권 일부 1기신도시의 경우 집값이 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시장 미온적 반응···‘추가분담금 증가로 재건축 이전보다 더 늦어질수도’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주택공급을 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주택이 빠르게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10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패스트트랙 도입 ▲노후도 요건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에 따른 면제이익 상향 ▲1기 신도시 재정비 조기화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지원 등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시기 조정을 내용으로 담은 패스트트랙 도입을 두고 특히 획기적인 규제완화책이라고 평가한다. 전 정권에서는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해 사실상 재건축을 멈춰 서게 하는 조치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실제 전 정권인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21곳에 불과했다. 이후 현 정권 들어서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단지가 110곳(10만7800가구)으로 급증했다. 6개월 동안 안전진단 통과한 단지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통과한 사업장 대비 5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1·10 대책 중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인해 앞으로는 안전진단 통과의 문턱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기반을 만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7만5800여건이었지만 일주일 뒤인 17일에는 7만6600건으로 800건이 증가했다. 경기권에서는 집값 하락폭이 더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1기신도시인 일산이 포함돼있는 고양 일산서구는 전주 대비 0.1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정책을 제외한 제반환경의 악화를 꼽는다. 안전진단을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될 정도로 재건축 사업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사업속도가 붙을 순 있게 됐지만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 후 가구당 내야하는 추가 분담금도 증가하다 보니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좋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재개발 노후주택 비율 요건완화와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거대 야당의 협조없인 불가능하다는 것도 시장의 투심을 움직이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됐어도 비용증가에 따른 원주민 의견을 일치시키기 쉽지 않아 공사기간이 규제완화 발표 이전보다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생긴 영향”이라고 밝혔다.

◇공급 확대 쉽지않네···서울 알짜 사업장 곳곳서 잡음 

박상우 국토부 신임 장관이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 규제완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주요 정비사업장은 각종 잡음으로 사업이 늦어질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건축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1996년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발족한지 27년만인 지난해 하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이재성 은마소유주협의회(은소협) 대표가 현 조합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돼 사업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은소협의 소송전으로 건축심의 등 재건축 일정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착공까지 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는 올해 초부터 전면 중단됐다. 조합장 직무 정지로 예정된 날짜에 분양을 진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지급받아야 할 1년 치 공사분 1800억원을 한 푼도 못 받은 영향이다. 이에 서울시는 대조1구역 현장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갈등 중재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도 노원구 상계동 상계2구역은 예상보다 조합원 분양가(전용 84㎡의 경우 9억2000만원)가 비싸게 책정되면서 분담금이 늘어나자 목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 반발로 최근 관리처분 계획안이 부결돼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건으로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 사례가 잇따르는 만큼 사업이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는 사업장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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