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아우토·한성자동차·고진모터스, 노사 갈등 심화
“영업환경 급변, 상생해 나가야”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사옥 앞에 도이치아우토를 성토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사옥 앞에 도이치아우토를 성토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수입차 브랜드의 공식 영업사원(딜러)들이 사측으로부터 과도한 실적 압박을 주장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영업환경까지 급변해 딜러들의 고충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이치아우토, 한성자동차, 고진모터스 등 딜러사의 사측과 영업직 직원들이 인력 운용에 관한 입장차로 인해 대립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 소속의 한성자동차 근로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앞에서 포르쉐코리아 딜러사인 도이치아우토의 경영진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 소속의 한성자동차 근로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앞에서 포르쉐코리아 딜러사인 도이치아우토의 경영진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이치아우토 딜러들 “사측, 임금인상하고 갑질 척결하라”

일부 딜러사 직원들은 영업실적에 비례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점을 사측에 성토했다. 포르쉐코리아 공식 딜러사인 도이치아우토의 영업사원들은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도이치모터스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이치아우토는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로, 양사 대표이사가 서로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아우토 직원이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는 이날 회견에서 사측이 2022년부터 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교섭안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입자동차지회에 따르면 도이치아우토 일부 직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사측과 최근까지 30여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임금인상, 목표 미달시 해고압박 척결 등 내용을 담은 교섭안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갑질 의혹도 제기했다. 일부 지방 지점장들이 직원들에게 폭언, 사적 심부름 등을 자행하고, 모 딜러는 고객에게 인도한 신차에서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민사 청구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도이치아우토 소속 조합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직장 갑질을 없애고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도이치아우토는 지난 2020~2022년 기간 포르쉐 차량 인기에 힘입어 80억~11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해왔다. 실적 호조의 이면에 채찍질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자리잡은 모양새다. 도이치아우토의 입장을 묻기 위해 용인 지점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성자동차 전시시설 AMG서울 앞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한성자동차 전시시설 AMG서울 앞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한성자동차, 딜러 인센티브로 고객할인 방침 도입 논란

벤츠 코리아의 매출 선두권 딜러사로 잘 알려진 한성자동차도 지난해 이후 딜러 파업, 교섭 난항 등 내홍을 치르고 있다. 한성자동차 노사는 조만간 상견례를 갖고 2024년도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상견례 일정은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자동차지회 소속인 한성자동차 딜러들이 판매수당을 고객 할인혜택 비용으로 재투입하라는 사측 방침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이를 교섭 의제로 다루기 위해서다.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11월 딜러들에게 차량 판매시 얻는 수당을 고객 프로모션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벤츠가 경쟁사 BMW와 접전하는 가운데 딜러사간 경쟁까지 불 붙어 어려워진 가운데,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한성자동차의 영업이익이 2020년 63억원에서 지난 855억원으로 2년새 13배 넘게 뛰어오른 점을 고려하면 사측의 경영난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노사 교섭이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 반발한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 1985년 한성자동차 설립 후 처음 진행된 파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쌓인 불만이 결국 밖으로 터져 나왔다는 관측이다.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노사 이슈는) 내부에서 대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진행 경과를 자세히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우디 코리아의 주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도 경영난을 사유로 들어 지난달 이후 청주, 순천에 위치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순차 폐쇄하고 있다. 아우디 차량의 인기 하락으로 고진모터스 실적까지 감소하는 가운데 마련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고진모터스가 구두로만 구조조정 사실을 영업장에 통보하고 폐쇄된 영업장의 직원들의 인력 재배치에 소극 대처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고진모터스의 법인 담당자에게 영업장 구조조정의 경과와 사측 입장을 문의했지만 회신하지 않았다.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딜러들, 시장 위축·경쟁격화·산업재편 ‘삼중고’

수입차 딜러들이 실적 압박, 일자리 상실 우려에 시달리는 배경에는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 정체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수입차 신차 판매대수를 전년(30만대) 대비 3.3% 감소한 29만대로 예측했다.

지난해 판매대수가 전년(31만1000대) 대비 3.6% 감소한데 이어 2년 연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부진, 할부금리 상승 등이 판매감소 요인으로 지목됐다. 점차 축소되는 시장 속 경쟁 격화에 대한 딜러사들의 부담감이 일선 근무자인 딜러들에게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딜러사들에게 수입차를 도매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들은 별도 법인인 딜러사들의 노사 이슈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우디 딜러사 10곳 중 8곳이 지난해 11월 아우디 코리아로부터 실적 확대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무법인 의견서를 아우디 코리아에 제출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지난 16일 포드링컨 딜러사 선인자동차의 신사전시장이 운영되던 서울 강남구 언주로 소재 공간이 비어있다. 지난해 말 임대계약 종료 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지난 16일 포드·링컨 딜러사 선인자동차의 신사전시장이 운영되던 서울 강남구 언주로 소재 공간이 비어있다. 해당 전시장은 지난해 말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기사 본문과 특별한 관련없음). / 사진=최동훈 기자

딜러들이 최근 급변하는 영업환경 속에서 입지를 지키기 더욱 어려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직접판매(직판) 체제 도입을 추진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딜러 존재감을 위축시킨다는 해석이다.

고객 접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딜러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사측은 브랜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태훈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교수는 “딜러사 노사가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강대강 대치하면 공멸할 수 있는데다 딜러사 이슈가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겠지만 재편 흐름에 발맞춰 딜러 보상체계와 고용 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노사가 잘 합의하면 건전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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