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및 채권 부실화 리스크 부각···시중은행 부실채권 비율 지속 증가
위기 선제대응 목적 캠코 기금 설치 법제화 주목···정부·與 관심도 낮아

21대 국회 회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4년 간 2만여건의 법안이 제출됐으나 상당수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전망이다. 시사저널e는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주요 경제법안을 3회에 걸쳐 돌아보는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산 및 채권 부실화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 공공기관이 기금을 마련해 부실자산·채권 정리를 돕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주도 기금이 민간 구조조정 시스템을 위축시킨단 우려도 있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 연착륙, 안정적 채무 재조정이 필요한 현 시점에선 입법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단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한계기업 문제로 총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상환이 어려운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4%로 전분기말(0.41%)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0.38%)에 비해선 0.06% 높아진 수치다. 

시중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 2022년 9월말 9조7000억원 수준에서 그해 12월말 10조1000억원, 지난해 3월말 10조4000억원, 6월말 10조5000억원, 9월말 11조5000억원 등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부실채권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중국과 이스라엘 등 대외 불안요인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은행 자산건전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동산 PF 위기에도 부실채권 배드뱅크 법제화 외면. / 표=정승아 디자이너
부동산 PF 위기에도 부실채권 배드뱅크 법제화 외면. / 표=정승아 디자이너

부실채권 리스크 대비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부실자산 및 채권을 안정적으로 인수, 정리하고 채무재조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배드뱅크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 등 주요 금융위기 당시에도 배드뱅크 기금이 설치됐다. 다만, 당시엔 한시적 기금으로 운영되면서 설치와 일몰이 반복됐다. 

현 상황이 충분한 수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란 점을 감안할 때 현행 부실채권 대응 시스템에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난해 3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자산 및 채권 정리를 위한 상설기금을 설치토록 하는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자산과 채권, 부실징후기업 등이 가진 자산을 인수, 정리하기 위해 공사 내 안정도약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기금 재원은 정부 출연금, 공사 전입금, 기금 채권 발행, 한국은행 차입금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이를 통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공사가 중장기 계획하에 정부 주도 배드뱅크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했다. 

법안은 지난해 6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당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고상근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에 따른 공적자금에 해당하는 구조조정기금과 동일한 목적과 성격을 지닌다는 점, 부실징후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에 지원되는 자금으로서 이 법에 따른 공적자금의 정의에 부합한단 점에서 타당한 입법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법안은 소위원회 회부 뒤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하지 못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전체회의 상정 이후 법안 내용에 대해 추가로 문제점이 지적되진 않았다”며 “이 경우 양당에서 법안 논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거나, 다른 법안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경우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법안 취지에 특별히 부정적이진 않다. 다만, 지금도 제도화는 안 돼 있어도 법적 근거 없이 자산관리공사가 그때그때 배드뱅크 역할을 할 수 있어 급한 사안은 아니란 분위기다. 

일각에선 “정부 주도의 안정도약기금이 민간 구조조정 시장에 되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태영건설 사태 등 부동산 PF 위기 등 금융시장 리스크가 불거지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실채권에 대응하는 정부 역할 강화를 전향적으로 봐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이 법안을 민주당의 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해법 대신 단발성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조족지혈 수준의 정상화 펀드로 대응하지만 구조적 해법은 되지 않는다”며 “여당에서도 크게 대응하는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선거기간이다 보니 선거 뒤 4~5월쯤 계속 심사를 하는데 이 법안은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21대 국회내 입법이 안된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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