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수억원 반등···최고가 경신 잇따라
전세사기·금리인하 여파 아파트 쏠림 심화
매물 1년 새 36% 줄어···입주 물량 역대 최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주춤한 사이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빌라 전세사기 여파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락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일부 단지에선 전셋값이 수억원씩 반등하는 모습도 보인다. 올해부터 4년 간 입주 기근이 예상되는 만큼 전세대란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3㎡당 2317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셋값은 작년 3월 이후 3.3㎡당 2200만원 안팎에서 유지되다 11월 23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4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주요 단지에선 전셋값이 수억원씩 반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 9억원대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3억원 넘게 올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 59㎡가 이달 7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곳은 지난해 1월만 해도 전셋값이 5억5000만원에서 6억원 사이였다.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는 지난달 직전 거래보다 무려 14억원이나 오른 39억원에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삼성3차’ 전용 119㎡는 지난 11월 15억원에, 같은 기간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한화꿈에그린’ 전용 84㎡는 7억원에 각각 전세 최고가 거래를 맺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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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격이 반등한 건 고금리 장기화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 2022년 하반기 최고 6%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3~4%대로 떨어졌다.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여파로 주택 임대 수요가 아파트에 집중되고 있다”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던 주택 매매 수요까지 전세로 쏠리면서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이 줄어드는 점도 전셋값을 끌어올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762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5만4411건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36% 이상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 지역 매물도 각각 38.3%(6만6483건→4만1079건), 45.3%(1만5298건→8383건) 급감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지난해 1월 60.7에서 이달 93.3까지 높아졌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에 가까워지면 공급보다 세입자 수요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앞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줄면서 본격적인 전세대란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21가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입주 기근은 2027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에서 연내 분양을 마치고 향후 4년 내 입주민을 받는 아파트 물량은 3만7564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2025년(2만5710가구)에 몰려 있다. 2026년과 2027년 입주는 각각 1728가구, 1867가구로 쪼그라들어 2년 연속 2000가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은 물론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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