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성향 대만 총통 당선에 우리 산업 영향 관심
“미국 현상유지 기조, 통상환경 큰 변화 없을 듯”
“양안관계 악화, 공급망 압박까지 갈 가능성 낮아”
“TSMC 문제생겨도 우리 기업 반사이익 제한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대만 총통에 당선되면서 우리나라 통상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라이 당선자가 독립 성향이 강하지만, 미국이 양안관계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면서 미중관계나 우리나라의 통상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지만, 희토류 등 공급망 단절 같은 상황까지 악화할 가능성은 낮단 진단이다. 반도체 분야에 있어선 양안관계가 크게 악화하더라도 TSMC와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간 특성을 고려할 때 반사이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 후보가 559만표, 득표율 40%를 얻으며 승리했다. 라이 당선자는 중국과 각을 세웟던 민진당 내에서도 특히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이에 중국은 선거기간 내내 라이 당선자를 견제하는 언급을 내놨는데, 차이잉원 정부에 이어 라이칭더 집권 이후에도 중국과 대만이 긴장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단기적으로 우리 통상 환경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대만 총통 선거만으론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양안관계 긴장은 유지될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독립 성향 민진당이 이겼지만, 함께 치러진 입법원(우리나라의 국회격) 선거에서 친중 성향 국민당에게 원내 1당을 내주며 여소야대가 됐다. 이에 라이 당선자가 반중, 독립노선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쉽진 않단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집권을 유지하게 된 대만 여당이 특별히 독립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미중 패권 경쟁이 더 악화되진 않을 것 같다”며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 패권 경쟁이 크게 격화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총통 선거 결과로 미중 패권이 더 심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우리나라 통상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미국 대선이란 진단이다. 정 연구원은 “바이든 정권이 유지된다면 현상 유지가 될 가능성이 높겠으나, 트럼프가 된다면 대만 입장에서도 그간 입장을 재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 사진=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경우 라이 당선인의 독립 지향적인 면을 관리하면서 미중관계는 좀 더 협력적 방향으로 나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장은 “미국 입장에선 라이 당선자가 현 차이잉원 정보보다 독립 지향적 성향이 강하단 것을 알고, 그것이 양안관계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걱정하기에 라이칭더 정부가 너무 독립적 성향의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간 관계에 대해선 “라이 당선자가 한국과 협력을 더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와 경제협력, 공급망 안정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접근을 해 올 것”이라며 “이 부분은 중국과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에 어느 수준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라이칭더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 무역을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에 있어 협력과 경쟁 양면적 부분이 있단 분석이다. 허 팀장은 “라이칭더 정부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 다변화를 고려한 신남방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현 차이잉원 정부가 추진한 6대 전략산업도 계승할텐데 이는 우리나라 산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우리에겐 도전, 경쟁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칭더 정부 출범이 우리 통상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독립 지향적인 라이 당선자를 겨냥해 우리나라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명확하게 밝히란 식의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허 팀장은 “중국이 라이칭더 정부를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시키기 위해 양자, 다자외교 무대에서 더 적극적 정책을 펼칠 것 같다. 예를들어 대만의 국제기구 활동에 대해 견제하고 다른 나라들이 대만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선 대만 문제가 한중관계에서 이슈화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을 우리가 건들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적 강압을 쉽게 나서진 않을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서 중국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이 어떤 부분인지 고민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라이칭더 정부 출범이 대만 TSMC와 경쟁하는 우리기업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누가 총통이 되든 대만 반도체 산업이 미국에 의존하는 지금 구조에서 크게 달라질 순 없다”며 “그렇다고 미국에 적극 다가가기엔 대만 의회 구도가 의결권이 부족한 여소야대로 결정돼 눈에 띌 정도의 친미 기조를 가져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대만의 반도체 산업 구조 자체가 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대만은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쪽에 경쟁력을 갖고 있고,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쪽이 강해 애초 대만과 한국은 조금 다른 롤모델로 작용했다”며 “최근 TSMC가 주목받고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비슷하게 가다 보니 자꾸 대만과 한국을 경쟁구도로 놓으려고 하는데, 대만과 한국이 경쟁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TSMC 밖에 없다. 파운드리 하나만 갖고 경쟁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양안관계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TSMC에서 공급받던 업체가 갑자기 우리나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TSMC가 정말로 극단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첨단 제품을 수주하고 있던 미국 엔비디아나 퀄컴, 애플 등이 문제가 될텐데 그렇게 되기 전에 미국에서 1차적으로 조치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자체가 당장 TSMC의 모든 걸 수용할 능력이 안된다. 양안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TSMC가 문제가 생기면 세계적 반도체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덕을 보는 부분이 있을 순 있지만 반사이익을 모두 가져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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