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가, 3.3㎡당 3500만원 육박···1년 새 17% 껑충
“원자잿값·인건비 추가 인상···안전 기준 강화로 상승 가능성 높아”
미계약 물량 전국구 수요 여전···무순위 청약 경쟁률 58대 1 기록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과도하게 높아진 공사비에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구 수요가 뒷받침해주고 있어 분양가가 조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3495만원으로, 전월 대비 2.36%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7.36% 올랐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3000만원을 넘은 뒤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지난해 9과 10월 2개월 연속 3200만원대를 유지하다 한 달 만에 200만원 가까이 오르며 3400만원을 넘어섰다. 12월 말 기준 서울 평균 분양가를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11억8819만8000원으로, 12억원에 육박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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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달 마포구에 공급된 주상복합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는 전용 84㎡ 분양가격이 15억9000만원에 책정됐다. 또 강서구에서 분양된 ‘삼익더랩소디’는 전용 44㎡ 분양가가 11억원에 달했다. 이 단지는 45가구로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인데 3.3㎡당 4000만원을 넘어 주변 시세와 견주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근 우장산힐스테이트(2005년 준공·2198가구)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1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선 올해도 분양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분양 가격 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3.8 포인트 상승한 110으로 예상됐다. 지난 10월(108.6) 이후 최고치다. 주산연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외적 악재가 겹쳤고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도 상승하는 등 당분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주택 내 부실시공과 층간소음 개선, 친환경 건축물 확대 등 관련 제도를 강화한 점도 분양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분양가가 내리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동대문구에 공급된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121가구 중 54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에 3138명이 몰려 평균 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이 예상된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이문아이파크자이’도 1467가구 중 122가구가 무순위 청약 시장에 나왔다. 729명이 몰려 5.9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무순위 청약 물량은 주로 3단지다. 3단지가 외대앞역 역세권인 1·2단지와 달리 천정산 아래에 위치한 비선호동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청약 가점과 경쟁률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53.0점이다. 지난해보다 12.1점 올랐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무주택 기간(최고 32점)과 부양가족(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에 따라 산정된다.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려면 무주택 기간 10년(22점) 이상, 부양가족 3명(20점) 이상, 통장 가입 기간 9년(11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서울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8.0대 1로 지난해 10.2대 1의 6배 수준으로 뛰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상황이다”며 “1순위 청약에서 미계약이 나오더라도 무순위 청약에서 완판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만큼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굳이 낮추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생활물가가 모두 오르는 가운데 건설자재만 내릴 요인도 딱히 없어 분양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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