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민진당 사상 첫 12년 연속 집권
라이 당선자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
정부 “양안관계, 대만해협 안정 바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국민이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 관계 강화에 손을 들어줬단 분석이다. 중국은 대선 결과에 크게 반발하는 반면, 미국은 양안관계 안정에 방점을 둔 메시지를 내놓으며 신중한 분위기다. 

14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40%가 조금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33.49%, 중도 성향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6.46%를 득표했다. 투표율은 71.86%로 집계됐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대만은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권이 8년 주기로 교체됐다. 민진당은 차이잉원 총통 8년 집권에 이어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 당선자는 “민주주의 공통체의 승리”라며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 편에 서 있단 점을 국제사회에 말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양안 현 상태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헌법 질서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이 당선자는 “앞으로 우리는 중국이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고 평화만이 대만해협 양측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중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고 중국의 경제적 압박, 군사적 위협을 가하더라도 동료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사실상의 주권국가란 민진당의 견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은 분석했다.

또 대만과 중국 본토의 궁극적 통일은 역사적으로 불가피하다며 대만을 강하게 압박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강공책에 맞서겠단 의미라고도 평가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 / 사진=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 /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반발했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지역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단 점을 보여준다.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란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국은 현 차이 총통 집권 후 대만과 대부분의 통신을 끊고 외교, 경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며 대만 해협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 일부로 간주하고 있고,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대대로 전해져서는 안 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 당국은 대만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라. 라이칭더가 양안 대결과 갈등을 촉발하는 극도의 위험을 인식하라”고 경고하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권력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경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거나 라이 당선자가 취임하는 5월에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대만 선거 결과에 신중한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며 양안 관계의 일방적 상태에 반대하고 대만 평가를 추구한단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은 선거 이후 과거 관례에 따라 전직 고위 관료를 포함한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할 예정이다. 

라이 후보 당선으로 우리나라와 대만 관계 강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1992년 한중수교 당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공식적으로 단교했다. 이후 양국간엔 비공식 관계를 유지해왔다. 라이 당선자는 당선 전부터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기 위해 미국, 한국,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정부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단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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