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영끌족 급매물 증가 영향
강남3구 평균 아파트 가격과 3배 차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값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각지역은 서울 평균보다 2배 이상 하락률이 높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에 급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보다 2.95% 하락했다. 2022년(-1.45%) 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 외곽지역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역별 하락폭을 살펴보면 ▲도봉(-8.95%) ▲관악(-8.56%) ▲강북(-7.58%) ▲구로(-7.33%) ▲노원(-6.9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매매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강남과 서초는 지난해 각각 1.57%, 2.22% 내렸다. 송파구는 2022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빠진 지역이었으나 빠른 가격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유일하게 2.52% 상승 전환했다. 잠실 대표 아파트인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이 시세를 주도한 가운데 안전진단을 통과한 올림픽 3대장(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 자료=부동산R114
/ 자료=부동산R114

노도강·금관구의 낙폭이 유독 큰 건 이자 상환 부담 속에 급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출 종료로 작년 4분기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매가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시장은 이미 대출규제가 촘촘해 대출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매매가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반면 중저가 시장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매수세와 집값에 탄력적으로 반응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8770만원으로 조사됐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자치구 평균 가격 최상단에 자리하며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임을 입증했다. 서초구가 27억5499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운데 강남구(25억3687만원), 용산구(18억5954만원), 송파구(18억3869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내림세가 심화된 중저가 지역은 강남권과 큰 차이를 보였다. 도봉구(6억2694만원)가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으며 금천구(6억9300만원), 강북구(7억811만원), 노원구(7억2209만원), 중랑구(7억3008만원), 구로구(7억9332만원), 관악구(8억1515만원) 순으로 가격이 낮았다.

노도강과 강남3구의 매매 가격 차이는 더 벌어졌다. 두 지역의 평균 아파트값 차이는 2022년 16억7236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6억9113만원으로 벌어졌다. 금관구도 강남3구와의 매매 가격 차이가 15억7116만원에서 16억970만원으로 커졌다.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지역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해 당분간 상급지로의 갈아타기 수요는 주춤할 전망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고가 시장은 이미 대출 규제가 촘촘해 대출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매매가에 영향이 적지만 중저가 시장은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 매수세와 집값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며 “관망세가 장기화할수록 가격 하방 압력이 강해져 서울 핵심지와의 가격 격차는 벌어진 상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