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연대회의 성명서 발표···잘못된 수사관행 개선 요구
언론 미디어 보도 행태 비판도···“정부·국회 법령개선 나서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배우 이선균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과 관련, 문화예술인들이 경찰 수사방식과 언론사 보도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선 문화예술인 수사시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령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2일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엔 봉준호 감독과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외에 문화예술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성명서에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언론사의 자정노력, 보도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손질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서 발표중인 봉준호 영화감독. / 사진=김현준 PD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을 향해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거기에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 감독은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 모두 사건관계인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소환 당일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단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고인에 대한 언론 미디어의 보도가 공익적 목적에 맞지 않았단 비판도 나왔다. 윤종신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라며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파일을 보도한 KBS를 겨냥해선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저격했다. 또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를 향해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 발표중인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 사진=김현준 PD

윤종신은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수사 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위 요구와 질문에 대해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모습. / 사진=김현준 PD

연대회의는 향후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대응해 나갈 연대 회의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와 협력해 나간단 방침이다. 

최정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피의사실 공표 및 유출로 인한 여러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헌법적 보완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경찰청과 KBS에 대해서도 성명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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