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롱리스트 선정조차 되지 않아
CEO 선임 과정 및 지배구조 관련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적용 과정 영향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안정적 지배구조 유지 위해 고심 거듭

DGB금융지주 전경 / 사진=연합뉴스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2년 넘게 이어져온 최고경영자(CEO)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됐지만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 발표는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만큼 2월 말에는 최종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데 1차 후보 선정조차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과정이 차기 회장 선정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DGB대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과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롱리스크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이유로 해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내외부 후보군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롱리스트를 확정할 방침이었지만 예정과 달리 확정 시기가 1월 초로 옮겨졌고 이 시기조차 지연되면서 1월 중순에 접어든 현 시점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DG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 선정 계획은 올해 1월 말 숏리스트 확정하고 2월 말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단계로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별로 각각의 후보 검증에 약 한 달의 기간을 두고 평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롱리스트 확정이 늦춰지면서 사실상 숏리스트 선정 후 최종 후보 확정을 위한 평가 시간이 상당히 촉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DGB금융지주는 롱리스트 확정 시기를 1월 중이라고 밝혔지만 2월 말에는 최종 후보가 확정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말도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DGB금융지주는 통상적으로 3월 말 주주총회를 진행하는데 이에 앞서 2월 말이나 3월 초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 선임 안건 등 주주총회에서 다룰 의안 내용을 미리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포함해 내외부 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으로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승계 절차를 바꾸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적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은 CEO 선임과 관련한 새로운 절차와 사외이사의 독립성, 영향력을 강화하는 30개 원칙을 담았다. 앞서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경영진이 참호를 구축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당성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경영승계절차를 최소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개시하고 절차와 세부 사항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금융회사가 단계별 로드맵을 만들어 최종안을 내면 경영실태평가(CAMEL-R)에 반영한다. 당국은 금융사의 특성에 맞게 모범 관행을 적용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면서 금융회사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재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있는 DGB금융지주는 상황이 모호해졌다는 입장이 나온다. 내·외부 후보자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를 위해 평가·검증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모범 관행의 취지를 어떻게 최대한 반영할지가 고민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12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임기를 2개월을 앞두고 전격 사의를 밝혔다. 김 회장은 회추위에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용퇴 의사를 전했다. 이에 회추위 측은 "김 회장의 퇴임 의사를 존중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차기 회장을 선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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