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진주, 공사비 증액 두고 조합·시공사 갈등 장기화
“조합원 한 가구당 1억4000만원 더 내야”
시공단 “문화재 발굴로 공사 지연···공사원가도 급증”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진주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사업 주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합의가 지연될 경우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공사비 인상 여파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로 번지는 모양새다. 송파구 잠실진주는 3.3㎡당 공사비가 2년 전 대비 34% 가량 올라 조합원들 사이에서 추가 분담금 증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좁히지 못하면서 자칫 공사가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잠실진주에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를 파견할 예정이다. 공사비 증액으로 인해 사업 주체 간 갈등을 보합하지 못하자 지방자치단체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앞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조경과 설계 고급화를 이유로 공사비가 3.3㎡당 889만원이 필요하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2021년 합의한 660만원과 비교하면 35% 가량 오른 금액이다. 총공사비는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됐다. 공사 기간도 5개월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당초 준공 예정일은 2025년 6월이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 증액 금액 규모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가 오를 경우 조합원 한 가구당 1억4000만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하는 데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공사비를 검증 후 시공사와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26일 임시총회에서 이번 공사비 증액 관련 내용이 담긴 ‘공사계약 변경 약정서’(2차) 안건을 상정했지만 과반수 조합원이 반대하면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이번 안건은 공사비 증액 확정이 아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대상 금액을 확정하는 내용이다.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면 조합과 시공사는 올 상반기 한국부동산원에 추가 공사비 증액분 1조4492억원에 대한 검증을 요청할 방침이었다.

시공사는 문화재 발굴과 원자재값 급등, 설계 변경 등 각종 변수로 공사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잠실진주는 2021년 착공을 시작했으나 백제 주거지 흔적이 발견돼 공사가 지연됐다. 그 사이에 물가가 올라 지금 공사비론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합이 요구한 일부 고급 마감재와 관련해 지정 업체를 변경·취소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더 지체됐다는 설명이다.

잠실진주를 재건축해 들어서는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는 최고 35층, 23개 동, 267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난해 4분기 일반 분양이 예정됐지만 이번 분쟁으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일각에선 합의가 지연되면서 공사가 중단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가 중단되면 분양 지연과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공사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의 경우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으로 2022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늘었고 입주 시기는 약 2년이나 지연됐다. 이 밖에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은평구 대조1구역도 공사가 중단됐다.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서 시공사비 1800억원을 받지 못한데 따른 시공사의 조치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둔촌주공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장기간 갈등을 빚다가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며 “공사가 멈출 경우 양쪽 모두에 천문학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견을 좁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진주를 시작으로 강남권 정비사업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분양 시기가 늦춰지면서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실수요자도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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