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NH·한투證 CD금리 ETN 3종, 국내 ETN 시장 2, 6, 7위 차지
파킹통장 ETN 열풍 외면했던 ‘양강’ 삼성·신한證, 점유율 급락 현실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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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지난해 4월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출시한 상장지수증권(ETN)인 ‘CD금리 ETN’ 3종이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국내 ETN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종의 ETN은 매일 공시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 금리와 수익률이 연동되는 파킹통장형 ETN 상품으로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CD금리 ETF 들과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다.

CD금리 ETN 3종이 흥행하면서 ETN시장 구도에도 급격한 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굳건하게 지켜왔던 ETN시장의 양강 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대형증권사 6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CD금리 ETN 흥행 ‘3샷 3킬’···ETN도 금리형이 대세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국내 ETN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의 KIS CD금리투자 ETN의 지표가치총액은 5456억원으로 전체 ETN 가운데 두 번째로 큰 ETN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의 QV KIS CD금리투자 ETN의 지표가치총액은 4118억원으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TRUE KIS CD금리투자 ETN은 3088억원으로 7위다.

3종의 ETN은 모두 KIS채권평가가 발표하는 ‘KIS CD금리투자지수(총수익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ETN으로 지난해 4월 6일 출시됐다. 출시 1년도 안 돼 국내 ETN 시장에서 3종 모두 10위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이다.

3종의 ETN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 ETF와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다. CD금리 ETF처럼 매일 공시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 금리와 수익률이 연동되기에 파킹통장형 ETN에 해당한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와 KODEX CD금리액티브 ETF는 지난 2002년 ETF 시장이 국내에서 출범한 이후 순자산총액 1위를 20년간 유지해오던 KODEX200 ETF를 밀어내고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증시 전망 속에 늘어난 단기자금 운용 수요를 급격히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4월 CD금리 ETN을 상장한 이유는 파킹통장 ETF로 쏠리고 있는 단기자금 수요를 ETN 시장으로도 돌리려는 시도였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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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삼성·신한證 ETN ‘양강’···메리츠證 고공질주

CD금리 ETN 3종의 인기몰이는 국내 ETN 시장 구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원유와 천연가스 관련 ETN을 기반으로 장기간 구축해온 양강 체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ETN 시장에서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밀려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CD금리 ETN을 출시한 이후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 시장점유율 20%선 마저 무너진 상태다.

반면 중위권을 유지하던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시장점유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2023년 9월말 9.8%였던 메리츠증권의 ETN 시장점유율은 전날 기준 12.6%까지 급등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뒤늦게 CD금리 ETN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신한 KOFR금리 ETN, 신한 미국달러 SOFR금리 플러스 ETN을 출시했다.

신한 KOFR금리 ETN는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N으로 ETF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 TIGER KOFR금리 액티브(합성)와 같은 상품이다. CD금리보다 수익률은 다소 낮지만 변동성은 적은 파킹통장 ETF에 해당한다.

신한 미국달러 SOFR금리 플러스 ETN은 미국 SOFR 금리를 추종하는 ETN이다. SOFR금리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무위험금리지표로 미국 달러판 KOFR 금리에 해당한다. 국내 ETF 시장에도 SOFR ETF가 다수 상장되어 있다.

신한 미국달러 SOFR금리 플러스 ETN는 독일 지수사업자 솔랙티브 AG(Solactive AG)가 발표하는 'Solactive SOFR+10 Daily Total Return Index(총수익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며 SOFR금리에 10bps를 가산한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아직 신한 KOFR금리 ETN의 지표가치총액은 전날 종가기준 1008억원, 신한 미국달러 SOFR금리 플러스 ETN은 982억원에 그친다.

NH투자증권 역시 신한투자증권이 SOFR금리 ETN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15일 QV 미국달러 SOFR금리 플러스 ETN을 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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