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라매병원 정신감정 결과 추가 사실조회 회신 없어···경영권분쟁 변수로 남아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 그래픽=시사저널e DB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난 11일 예정됐던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사건(한정후견) 심문기일이 3월로 연기됐다.

서울보라매병원의 정신감정 촉탁 결과 회신 이후 열리는 첫 기일이었는데, 청구인 측의 추가 사실조회 신청에 대한 회신이 늦어 기일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전날 심문기일을 취소하고 3월7일로 기일변경을 명령했다.

이번 명령은 조 명예회장의 정신감정을 진행한 서울보라매병원에 대한 추가 사실조회신청 답변이 회신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서울보라매병원은 지난해 11월27일 조 명예회장의 신체감정 결과를 재판부에 회신했다. 감정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조 명예회장 측에선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반면 이 사건 청구인이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측은 감정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지난달 5일 추가 질의서를 제출했다. 약 한 달가량 추가 질의에 대한 서울보라매병원의 회신은 없었고, 재판부는 지난 8일 사실조회를 독촉하며 기일을 변경했다.

조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수년째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지난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장녀인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분쟁은 최근 재차 격화했다가 조 명예회장의 지지를 얻은 차남 조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장남 조현식 고문, 장녀 조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 등 ‘반 조현범 연대’와 손잡은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2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신청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조 명예회장과 백기사 효성첨단소재가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면서 조 회장 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사건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재판부가 조 명예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려 조 이사장의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조 명예회장의 주식 매각이 취소될 여지가 있어서다.

민법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상 법률행위 또한 법원의 심리 대상 중 하나다. 향후 조 이사장이 ‘주식 전부 매각’을 취소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조 이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과 이번 심판청구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가사소송법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경우 피성년후견이 될 사람의 정신감정은 필수적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료기록을 통한 감정과 신체를 직접 감정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판사가 의사의 감정결과를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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