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과 세대교체 통해 하나증권 WM 및 전통IB 사업 강화 추진
강성묵, 은행 출신 영업통으로 알려졌지만 뛰어난 인사 능력이 장점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본격적인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선 부동산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벗어나기 위해 자산관리(WM)부문과 주식발행시장(ECM)부문을 강화했고 올초 인사에선 성과주의 강화를 내걸며 젊은 직원들을 대거 중용했다. 이같은 강 대표의 처방이 얼마만큼 하나증권의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보다 은행 영업조직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강성묵 대표는 세간에 ‘영업통’으로 익히 알려졌다.

1964년생인 강 대표는 실제로 커리어 대부분을 은행에서 보냈다.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2015년 대전영업본부장을 시작으로 전무, 부행장을 거쳐 영업지원그룹장을 맡았다.

하지만 강 대표가 영업통으로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사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영업은 사람에 대해 잘 알 있어야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강 대표는 과거 2017년 하나은행 영업그룹장을 맡다가 인사 총괄로 긴급하게 보직을 변경해 맡기도 했다.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이후 2년 넘게 직급 및 임금체계 통합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해결사로서 투입된 것이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강 대표가 투입된 이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체계 통합 작업이 해결될 수 있었다.

강 대표가 지난해 초 하나증권 대표로 선임된 배경에는 결국 하나증권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뛰어난 강 대표의 인사 능력이 필요하다는 그룹의 판단이 깔려 있다.

강 대표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하나증권은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이 장기간 누적한 회사였다. 대형증권사로서 자산관리(WM) 부문과 기업금융(IB)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지 못한 채 해외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역동성 역시 부족했고 젊은 인력들의 유출도 적지 않았다.

강 대표는 하나증권 대표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하나증권 자회사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2021년 하나증권 자회사인 하나UBS자산운용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과 2022년 하나대체투자운용 대표를 거치며 주식과 채권, 부동산 분야를 모두 경험했고 지난해 초 하나증권 본사 대표에 선임됐다.

강 대표는 하나증권 대표 취임 이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조직문화 설문조사를 통해 회사 내에서 치열한 경쟁과 성과주의가 부족하다는 판단도 내렸다.

강 대표는 1년 동안 업무 파악을 마치고 지난해 연말부터 조직개편과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하나증권의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WM) 지역본부와 기업금융(IB) 부문, 인사(HR)본부를 신설했다.

금융상품판매와 자산관리·신탁 등 WM 부문 강화는 강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하나증권의 목표다. 강 대표가 지난 7월 첫 조직개편에서 ‘손님지원본부’를 신설했던 이유도 WM 부문 강화를 위해서다.

강 대표가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서초WM 지점이었다. 강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 일선의 영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든 영업점을 한 번 이상 방문한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삼성동과 한남동에 이어 프리미엄 점포 클럽원(Club1) 3호점 개소도 준비 중이다.

IB 부문도 외부 인사인 삼성증권 출신 정영균 부사장을 영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IB2부문을 신설하며 문제가 된 부동산 사업을 내부적으로 분리했고 IPO를 담당하는 ECM 등 전통적인 IB사업을 다루는 인력들은 IB1부문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 IB업무를 하는 인력들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HR본부는 사람 전문가인 강 대표의 의중이 실린 부문이다. 최적의 인력관리를 통해 조직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시도다.

이외 토큰증권(STO)과 핀테크 등을 전담하는 디지털자산센터를 신설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강 대표는 세대교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당시 10명에 달하던 부사장을 지난해 말 인사에서 3명으로 줄였고 70·80년대생 임원 22명을 신규 선임했다.

젊은 중간 관리자도 대거 등용했다. 부·점장의 28%를 교체했는데 80년대생이 14명, 여성은 7명이나 포함됐다. 이를 통해 부·점장 중 80년대생 비중은 11%에서 18%로, 여성 비중은 14%에서 20%로 확대했다.

강 대표는 하나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후 부·점장 공모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제를 통해 이번 인사에서 5명의 부·점장이 선발됐다.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중용하겠다는 취지다.

하나증권의 체질 개선이 성공하기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 대표 취임 이전에 쌓인 해외부동산 부실 여파는 여전히 하나증권의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

강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권토중래(捲土重來)'와 '동심공제(同心共濟)' 정신을 당부했다. 지난 어려움에 용기를 잃지 말고 부단한 노력으로,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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