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내일 오전 최종 집계 결과 발표
오너의 TY홀딩스·SBS지분 담보 결단, 채권단 설득 결정적 역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11일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채권자 협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된다. 투표는 오늘 자정까지 계속되는데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결요건인 75%를 충족했다.

업계에서는 TY홀딩스·SBS 지분 담보 결단이 채권단 설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태영그룹은 지난달 2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투입,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자금지원, 블루원 지분담보 제공과 매각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을 담은 자구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890억원을 지원하지 않고, 오너 일가가 지닌 SBS 지분 30%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망설이면서 채권단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마저 나서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각에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나오자 결국 태영그룹은 논란이 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고, 이달 9일 계열사 자금조달 등 2차 자구안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유중인 티와이홀딩스 지분 및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한 점이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단 주도로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본격 진행된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날을 기준으로 3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부채 실사를 하게 된다. 이 기간 태영건설은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한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PF 사업장도 사업성에 따른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미착공 상태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단 워크아웃이 개시됐지만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 과정에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실사 중 숨겨져왔던 태영건설의 부실이 발견될 수 있어서다. 회계법인이 태영건설에 대해 우발채무 규모가 커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 보다 높다고 판단할 경우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법정관리 수순으로 돌입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와 수분양자 등 피해규모는 커질 수 있다.

실사 기간 중 필요한 태영건설의 운영자금 마련도 관건이다. 자산실사가 시작되면 태영건설 운영자금과 협력사의 거래대금은 태영 측이 따로 마련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자금확보도 예상하지만 업황악화에 따라 매각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현재 채권금융사들은 자산 실사 기간 동안 별도의 금융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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