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자동차 안전점검 및 배달종사자 간담회···보험료·신차 구입 및 정비 부담 토로
형식적 인터넷 안전교육·고용보험 불합리 지적도···이 장관 “합리적 의견 정책 반영”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달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달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보험료가 너무 비싸요.” “안전교육이 형식적이예요.” “화장실, 오토바이 주차 공간이 부족해요.” “카카오 횡포 손 좀 봐주세요.” 

배달라이더들이 정부 간담회에서 각종 고충을 털어놨다.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불합리한 4대보험 부담, 낮은 사회적 인식을 지적했고, 공중화장실과 주차공간 등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11일 고용노동부는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노동자 쉼터에서 이륜자동차 안전점검 행사 및 배달종사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행사장을 찾은 배달종사자들은 정비사들로부터 오토바이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을 점검받고 전조등, 브레이크 패드 등도 무상으로 교체받았다.

간담회에선 이정식 장관 등 고용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배달라이더들의 애로사항 및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배달종사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라이더가 속한 운수창고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56만700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11월 기준 69만7000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배달종사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특성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고 산업재해 예방책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간담회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 거론됐다.

오토바이 보험과 신차 구입 및 정비 비용이 과도하단 지적이 나왔다. 배달업에 30년 이상 종사한 윤현웅(58)씨는 “이륜차 퀵서비스용 전용 유상종합보험이 너무 비싸다. 1년 보험료가 많게는 400만원까지 가입해 운행하고 있는데 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이동노동자 쉼터 인근에서 배달종사자들이 오토바이 정비를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이동노동자 쉼터 인근에서 배달종사자들이 오토바이 정비를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이어 “보험료가 너무 비싸니 합법적인게 아닌 싼 걸로 가입해 운행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제대로 못받는다”고 지적했다.

신차 구입, 정비시 정부 보조가 강화돼야 한단 의견도 제시했다. 윤씨는 “오토바이는 3~4년 타면 거의 폐차가 된다. 수명이 짧다. 지금은 오토바이가 고급화돼 가격이 비싸다. 신차 구입시 정부가 일정 금액을 보조해 줬음 좋겠다”며 “오토바이 수리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정부가 오토바이 수리점과 제휴해 저렴하게 양질 서비스로 오토바이를 수리할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배달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형식적인 안전교육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요기요 배달라이더인 김 모(41)씨는 “솔직이 이 업을 하는 분들이 전문성이 좀 떨어지고 인식도 별로 안좋다. 건축노동업도 안전교육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데 우리는 법정 교육을 온라인상으로만 한다. 나라에서 기관을 만들어 직접 교육을 받고, 우리도 배달배송운송 자격증 같은게 생기면 조금이라도 자부심 같은걸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산 등 고용보험정책이 배달종사자에게 불평등한 의견도 나왔다. 음식 배달을 하는 한 모(34)씨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은 모성보호 정책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일반근로자는 남성배우자도 출산전후 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특수고용직은 하나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런데 고용보험료는 일반근로자와 똑같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 인력부족 문제 해소를 위한 외국인 종사자 정책 제언도 나왔다. 이 씨는 “배달 일자리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데 종사자들은 점점 노령화되고 있어 외국인들이 필요하다”며 “지금 배달업은 외국인이 일을 할 수 없는 업종이다. 지금 배달원이 좀 과하게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배달업종도 E-9 비자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장관은 “4대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며 “특수고용종사자들은 일반근로자들과 보험요율이 달라 고민하고 있는데, 안전망으로써 충분히 사업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며 “외국인 고용의 경우 수요,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갈 가능성 등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동노동자 쉼터. / 사진=최성근 기자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이동노동자 쉼터. / 사진=최성근 기자

배달종사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문제에 있어 대형 플랫폼 업체 책임론도 제기됐다. 퀵서비스 종사자 이 모씨(32)는 “종사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이유가 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회사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언제 어디서나 누가 일할 수 있겠끔 오토바이 경력도 없는 사람도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도 공감했다. 그는 “문턱이 낮다보니 일을 빨리하는건 좋지만 사고 위험성은 굉장히 높다. 수입 기회를 많이 주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살려고 일하는 것인데 다치면 안된다”며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 운용사들의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공감했다. 

이밖에 업종 특성에 맞게 고용보험 요율을 낮추고, 화장실, 이륜차 주차공간을 확보해달란 요구도 있었다, 배달종사자는 업종 특성상 해고 개념이 없어 일반근로자에 비해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경우가 별로 없다. 또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빌딩 등 건물 보안이 강화되면서 외부인의 화장실 출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 장관은 “일리 있는 의견이다. 고용보험은 실업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험이라 여러사람이 연대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있다”며 “지금 고용보험요율이 일반 노동자는 0.9%, 여러분들은 0.8%인데, 개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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