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금통위, 8회 연속 금리 동결
“금통위원 5명 모두 기준금리 동결 유지 선호”
“태영건설 사태, 한은이 나설 정도 아니다···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적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면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금리 인하 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와 중동 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8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입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11월에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동안 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0%로 유지하자고 했으나 이번에는 5명 모두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그 기간을 충분히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물가 안정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지만 이번 금통위는 박춘섭 전 위원이 지난해 11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6인 금통위로 진행됐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기본적으로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관련한 한국은행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서는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는 한국은행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서 우리나라의 시스템 리스크로 변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행은 만일에 대비해서 이런 개별적인 사태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때는 언제든지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공급을 중장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 가격 면에서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하나는 미래에 늘어날 부동산 공급에 대한 계획을 알려줌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가계대출도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이런 공급 대책을 통해 부동산 PF의 연착륙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면에서 장점이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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