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권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주목
국내는 아직 요원 평가···법적 근거 필요 목소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트코인 투자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측면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법률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관련 상품 출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SE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SEC는 비트코인 ETF 상장에 부정적이었다.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SEC는 2022년 6월 이를 반려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결정했다.

현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은 가상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부로 들어갔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은 SEC가 비트코인에 한해 ETF 상장을 허락했지만 관련 업계에선 다른 가상화폐 현물 상품도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가 제도권 보호 아래 보편화된다는 의미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등장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량이 많은 국가로 분류되는 곳이다. 실제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을 살펴보면 달러에 이어 원화가 두 번째로 높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제도권 아래에서 관련 투자 상품 수요도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관련 상품을 보기에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법과 제도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가상화폐를 어떤 자산으로 규정하는지 법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의 정의하는 법적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TF만 놓고 보더라도 비트코인이 기초자산이 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기초자산의 범위를 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가상화폐가 포함돼 있진 않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던 앞선 2017년의 경우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가 기초자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파생상품으로 거래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화폐 실물 ETF를 둘러싼 리스크도 상품 출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 탓에 시가와 기준과의 괴리가 크게 발생할 수 있고 지수 조작 가능성도 일부 있어 이를 감시할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며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까지 감안하면 상품 출시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 사진=셔터스톡.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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