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량 크게 늘어날 전망
농협과 계좌 계약 맺은 빗썸, 점유율 급등
농협, 수수료수익·저원가성예금 증가할듯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 / 사진=NH농협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증권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향후 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NH농협은행이 얻는 이익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량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큰 동시에 빗썸의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했다. 앞으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에 투자할 기회가 열렸다. 그간 비트코인은 회계규정이나 각종 규제 등을 이유로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쉽게 매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현물 ETF를 간편하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SEC의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2% 넘게 상승했다. 현물 ETF 승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상승을 이끈 핵심요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거 유입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약 132조1000억원)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보인다”라며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 달러(약 26조4000억원) 유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시장 호황으로 은행권에선 농협은행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과 실명 계좌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외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는 곳은 신한은행(코빗), 카카오뱅크(코인원), 케이뱅크(업비트), 전북은행(고팍스) 등이다. 

이전까지 거래소와 계약을 통해 이득을 본 곳으로는 케이뱅크가 주로 언급됐다. 오랜 기간 거래소 1위 자리를 지켜온 업비트를 통해 대규모 수수료이익과 예금규모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12월 27일 24시간 거래액 기준 4조7440억원을 기록하면서 업비트(4조5760억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단 하루였지만 업계의 파장은 컸다. 그동안 업비트가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90%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빗썸의 점유율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빗썸은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등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고 시장 지배력 확대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엔 수수료를 다시 받겠지만 수수료율을 크게 낮출 확률이 높다.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도 점유율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이 빗썸으로부터 얻을 수수료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코인 열풍이 불던 지난 2021년 빗썸, 코인원과의 계약을 통해 총 102억원의 수수료수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얼어붙었고, 2022년 말에는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수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14억36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예금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거래소 연계 계좌에 들어오는 자금은 저원가성 예금이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적용 금리가 0%에 가깝다. 이 예금을 많이 확보하면 그만큼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은행들은 고금리 경향 속에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어나면 수수료이익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동시에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들은 자금세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자료=NH농협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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