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임기 만료 전까지 합병 성사 가능성 낮아···EU 2월 발표
미국, 일본 심사 통과해도 합병 마무리만 최소 수개월
대표이사 변경 시 임직원 구조조정 불안 커져 당분간 유지할 듯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 사진=아시아나항공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 사진=아시아나항공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과의 합병 지연으로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합병을 마무리 하기 전까지는 원유석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원유석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 30일까지다. 원 대표는 지난해 3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올해엔 원 대표 임기 만료와 맞물려 새 대표가 취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합병이 지연되면서 원 대표 임기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아나는 금호그룹 시절엔 통상 연말에 임원 인사를 진행하다, 지난 2년 동안엔 3~4월에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임원 인사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3~4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오는 2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결론이 예정돼 있지만, EU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직 미국과 일본이 남아 있다. 이들 3개 국가에서 결합 승인이 난 후에도 최종 합병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원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서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전사 기업 결합 TF’를 발족했으며, 원 대표를 TF 팀장으로 해 임원 7명을 포함해 총 42명의 임직원으로 구성했다.

당초 아시아나 합병 TF는 전략기획본부장이 팀장을 맡았으나 원 대표 체제 이후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바꾸면서 TF 역량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곧바로 아시아나 대표를 바꿀 경우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 동일 업종 합병인만큼 업계 안팎에선 통합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구조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합병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수차례 못 박은 바 있다.

당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더라도 2~3년간은 별도 브랜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합병이 되더라도 곧바로 아시아나 임원 인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가 지난해 성과를 낸 것도 원 대표 임기 연장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 연결기준 매출은 7조5590억원, 영업이익은 651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출은 전년대비 21.7%, 영업이익은 8.7% 각각 늘어난 수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앞서 지난해 3분기 아시아나 누적 매출은 5조5748억원, 영업이익은 517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4.6%, 7.2% 증가한 바 있다.

한편 원 대표 뿐 아니라 올해 아시아나 계열사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들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는 오는 3월 30일, 조진만 에어서울 대표이사는 오는 10월 26일 임기가 만료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될 경우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진에어와 합쳐지게 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대표도 임기 내 합병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낮아 올해까진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CC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보다 빠르게 통합 법인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에어부산의 경우 분리매각 변수도 있다.

최근 부산시와 지역 기업 및 시민단체들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만나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 요청했다.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할 경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기업에서 새 대표를 뽑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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