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유통공룡들 제치고 승승장구
온플법 리스크, 쿠팡도 추진 여부 촉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일명 3고(高)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쿠팡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획된 적자로 사업을 키워온 쿠팡은 이제 유통 공룡들까지 제치며 1위 기업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 증가한 1146억원(8748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 4448억원으로,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유통 공룡까지 제치며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쿠팡이 12년 동안 국내 물류망 구축에 6조2000억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그간의 계획된 적자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이제 국내서 대항할 만한 업체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쿠팡은 소년시대를 중심으로 OTT(쿠팡플레이) 시장과 배달(쿠팡이츠)로 판을 키우고 있고,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까지 인수하며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쿠팡을 시장 지배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전해진다”면서 “CJ올리브영이 사실상 화장품 분야서 독보적인 회사라는 점에서,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을 어떻게 보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즉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시험 삼아 쿠팡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었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온플법)’을 추진하고 있다. 온플법 추진 소식에 쿠팡과 같은 플랫폼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 단체 컨슈머워치와 벤처캐피탈(VC)사들은 온플법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온플법을 추진하면 네이버·카카오의 공짜 웹툰은 물론 네이버·신세계·쿠팡 등 멤버십 혜택, 로켓배송 등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네이버 멤버십은 적립금이 쏠쏠한데 막히는거 아니냐”, “쿠팡 와우회원 모두가 이용 중인데 혜택 사라지면 어쩌냐” 등 불만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쿠팡이 소비자들 일상 생활에 스며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쿠팡은 흑자를 넘어 유통 시장 제패를 노리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이 여전히 전체 유통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며 지갑 점유율이 낮다”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드러냈다.

다만 우려했던 대로, 온플법이 시행되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 역차별을 받게 된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국내 시장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상황에서 온플법은 곧 쿠팡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흑자 전환은 국내 전반 유통 산업에 큰 교훈을 줬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기업마저 견제하게 하는 쿠팡의 전략은 윈-윈(win-win)하는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도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쿠팡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수의 기업 독과점을 우려하는 온플법은 기업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기업의 성장과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모두 고려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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