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당시 5% 지분공시···이후 2년 반 동안 주가는 장기 하락 지속
유가 상승에 PET 원가 상승 직격탄···실적 악화에도 배당에는 최선 다해
시설투자 급증에 올해 9월 회사채 만기···현금 빠듯해 자사주 매입·소각 불투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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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VIP자산운용이 삼양패키징에 대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요구하면서 삼양패키징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형가치투자 펀드를 표방하는 VIP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 8월 삼양패키징 지분 5%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장기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상투(고점매수)를 잡은 상황이다.

삼양패키징은 지난 2017년 상장 이후 매년 배당에 나름 최선을 다해왔기에 주주환원에 미흡했다고 비판하기도 쉽지 않다. VIP자산운용으로서는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인데 삼양패키징의 재무적 여력이 넉넉지 않아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 ‘상투’ 잡은 VIP자산운용 vs 배당 최선 다한 삼양패키징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전날 삼양패키징의 지분을 기존 5.17%에서 5.83%로 늘리고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앞서 VIP자산운용은 2년 반 전인 지난 2021년 8월 31일 삼양패키징 지분 5.17%(73만4372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투자목적은 단순투자였다. 2년 반만에 보유지분을 늘리고 투자목적을 변경하며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VIP자산운용은 보유목적 항목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지분확대 및 투자목적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은 “사업부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현재의 주주환원책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가급적 상세하게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여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현재처럼 저평가가 심한 상황에서 현금배당보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을 권유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주 매입 소각은 이미 선진 자본시장 및 선도적인 국내 기업들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며 “특히 저평가 수준이 클수록 그 효과도 증가하여 회사의 장기적인 저평가 상황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삼양패키징은 지난 2014년 삼양사의 용기·재활용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2015년 아셉시스글로벌을 합병했고 이후 2017년 11월 29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코스피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6000원이었으나 상장 후 주가 하락세가 지속됐고 코로나19 위기가 터진 2020년 3월에는 장중 1만14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2021년 8월에는 3만원선을 넘나들었다.

VIP자산운용이 2021년 8월 31일 지분공시를 하자 삼양패키징 주가가 3만3000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것이 상장 이후 최고점이었다. 삼양패키징 주가는 장기간 하락세가 지속됐고 지난해 11월 3일에는 1만501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반토막이다.

삼양패키징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이유는 실적 악화 영향이 크다. PET병의 원료인 PTA 가격은 유가와 연동성이 강한데 유가상승에 따라 원가가 급등하면서 삼양패키징의 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20년 523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21년 461억원, 2022년 237억원까지 감소했고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에는 적자가 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2분기부터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하락으로 예년 수준의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삼양패키징은 배당에 적극적이었다. 2021년에는 실적 감소에도 배당을 전년 그대로 유지했고 2022년에는 당기순이익 121억원 가운데 118억원을 배당하며 배당성향 97.9%를 기록하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으로서는 배당과 관련해 회사가 소극적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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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 빠듯한 삼양패키징···자사주매입·소각 가능할까

삼양패키징은 자사주가 1주도 없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삼양패키징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81억원 수준에 그친다. 결국 VIP자산운용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요구는 배당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린’ VIP자산운용으로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 있으나 삼양패키징으로서는 여러 가지 감안할 부분이 많은 요구일 수 있다.

삼양패키징의 최대주주는 지분 59.40%를 가지고 있는 삼양사고 삼양사는 삼양홀딩스의 자회사다. 삼양그룹은 삼양홀딩스→삼양사→삼양패키징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양패키징이 그동안 배당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모회사인 삼양사가 삼양패키징의 배당금을 적극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설탕 등의 기초식품사업 및 여러 화학 사업을 하고 있는데 원가 상승 부담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3월 삼양사 주주총회에서 최낙현 삼양사 대표는 “기업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양패키징 역시 시설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본적지출(CAPEX)이 급증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부패, 변질 위험도가 높은 음료를 용기에 충전하는 데 사용하는 아셉틱(무균충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9년 4호기(총 552억원), 2021년 5호기(총 267억원) 증설을 완료했고 2023년 하반기 생산을 목적으로 6호기 증설에도 총 654억원을 사용했다. 이와 더불어 총 430억원 규모의 재활용사업 고도화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채 리파이낸싱 부담도 여전하다. 삼양패키징은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지난 2021년 9월 당시 3년 만기, 2.351% 조건으로 94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9월 만기가 돌아오면 리파이낸싱을 해야 하는데 높아진 금리에 이자지출 압박이 한층 높아질 것이 유력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가는 삼양패키징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실적 저하로 재무안정성 개선 속도가 당초 예상을 하회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능력에 기반하여 투자자금 소요의 상당부분을 자체자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잉여현금 창출이 제약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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