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안공개매수 대신 범행 택한 것”
배 대표 등 2차 공판서도 혐의 부인
재판부, 다음달 1일 하이브 CFO 증인신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 사진 = 연합뉴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9일 열린 2차 공판기일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주식 매수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카카오가 ‘대항공개매수’ 등 자본시장법이 허용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범행을 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신청한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양쪽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명재권)은 카카오 법인 및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배 대표 등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경영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경영쇄신위원장)을 비롯해 배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이다.

검찰은 이들이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5% 보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 배재현 변호인 “적법한 장내 매수”

이날 공판기일에서 배 대표 측은 금전적 이익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한 것이 아니며, 주식 시장 참여자의 착오 유발 등 시세 조종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 변호인은 “대법원은 시세 조종의 추상적인 구성 요건 때문에 일정 수준의 제한을 뒀다. 거래 전후의 상황이나 합리성, 공정성 등을 고려해 판단하란 판례가 있다”며 “시세조종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뒤 그 사정을 알지 못하는 시장 참여자에게 장내매수를 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동기에 기만적 요소가 있고, 시장 참여자의 착오를 유발한단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 매수 자체는 불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동기와 목적이 결합해 불법성을 가질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이 사안에 대해 검찰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안 하고 있다. 백번양보해 배재현에게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동기 자체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불법성을 띠지 않는 것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호인은 “배재현을 비롯한 카카오는 주식 매수를 통해 어떤 이익도 취한 게 없다. 피고인의 주식 매수로 누구도 손해를 본 것이 없고 시장질서를 교란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구속돼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히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또 양보해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다고 해도 왜 국가가 공개매수에 우선적으로 특혜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논거가 없다. 더 나아가 자본시장에서 개인 간 경쟁에 국가가 왜 한쪽 편을 드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하이브와 이수만 등으로 대표되는 적대적 M&A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었단 점을 강조했다. 또 이 행위가 시세 조종으로 평가받고 처벌받는다면 ‘모든 시장에서 지분매수는 금지되는 것’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단 점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경위를 보면 하이브의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해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 따라 이뤄진 지분매수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간 사업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분매수 행위”라며 “특히 통상의 시세 조종 사건에서 보이는 과장 매매, 허수 매매 등 비정상적인 불법적인 시세 매수행위가 전혀 없었다. 방법에 불법 요소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피해도 손해도 없다고 보이는 이 사건이 시세 조종 행위로 평가받는다면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 검찰 “배재현 등, SM 경영진과 같은 주장 중”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검찰은 하이브를 적대적 M&A 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항공개매수’ 등 방법을 택하지 않고 범행을 택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했다고 받아쳤다.

검사는 “변호인은 지금 이 사건 기소가 적대적 M&A에 대응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지분매집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SM 경영진의 입장에 불과하다. 왜 하이브가 적대적인 세력이 돼야 하냐”며 “카카오는 대항공개매수란 방법이 있음에도 가처분 소송 때문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불법적인 시세 조종 범행에 나선 것이다. 이 사건 기소로 우리나라의 정당한 경영권 방어가 전무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이어 “(SM엔터 주가를) 12만300원까지 빨리 만들라고 한 배재현의 지시사항은 시세 조종 의도가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며 “정상적인 주식 매수라면 왜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지 검찰로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검찰 주장에 대해 배 대표 법률대리인 정다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공판기일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M&A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항공개매수와 장내매수 등 여러 방법이 있다. 합법적 목적과 수단에 의해 진행되면 형사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게 정설”이라며 “공개매수는 기본적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인데, 정보가 고르게 되지 않고 금액, 목표가액, 비율만 정해진 가운데 소수주주들은 급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우리법에선 공개매수 신청자에 대해선 최대한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공개매수의 그런 불공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방법을 열어뒀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각 방법이 경영 판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처한 상황에서 경영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매집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쪽 의견을 청취한 뒤, 다음달 1일 3차 공판기일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기일엔 검찰이 신청한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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