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정부 금투세 폐지 공식화에 논란 확산···“잇단 유예에 추진동력 이미 상실”
“금투세 소득간 차별 완화, 완전 폐기는 신중해야”···“조세형평성 저해” 비판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 부동산, 예금 등 소득간 세제 차별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시행이 계속 미뤄지면서 동력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단 진단이다. 다만, 금투세를 완전히 폐지하면 과세형평성을 저해한단 우려도 제기된다. 자산가의 금융투자 자산 과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단 조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를 통해 일정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2020년 금투세 도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주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반발이 일자 시행을 2년 유예했다. 하지만, 시행 유예에도 주식시장 약세가 지속되면서 금투세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자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폐지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금투세 폐지가 적절한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전문가들은 납세자인 주식투자자들이 강력히 원하고 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금은 제도적 타당성과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조세저항이 강하면 시행하기 쉽지 않다. 그간 금투세 과세를 두고 내용과 도입 시기가 자주 바뀐 것도 결국 납세자 반발 때문이었다. 이로인해 사실상 금투세 시행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됐단 분석이다.

◇“금투세 추진동력 이미 상실, 사회적 합의 새출발 시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제의 과세 시점과 대상이 반복적으로 바뀌면 추동력을 잃게 된다. (정부의 폐지 방침은) 세제를 반복적으로 조금 손질해 바꾸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 디자인할 계기를 만들었단 의미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금투세가 온전히 시행되긴 어려운 상태에서 투자자와 과세당국, 일반 국민이 볼 때 합리적인 금투세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단 진단이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경도돼 있는 부동산에 비해 금융자산 비과세 혜택이 미흡하단 분석이다. 김 교수는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얼마 되지 않는 데 이건 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주택은 비과세 범위가 상당하기에 금융투자에서도 수평적 형평성을 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소득에 대한 절세 혜택은 대출을 많이 낀 부동산 투자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단 설명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문가 의견은. / 표=정승아 디자이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문가 의견은.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단 조언이다. 자산가들은 이미 돈이 많기에 위험한 주식 투자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 자산가들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자본가에게 금융투자 소득을 완전 비과세하는 것은 또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폐지 근거가 되는 것이 대주주, 자산가들이 세제로 인해 주식 투자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자산가의 금융투자 소득 과세를 폐지해야만 자본시장이 육성되고 성숙해지는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게 합당치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 소득간 과세 차별 완화, 폐지는 조세형평성 저해”

금투세 제도 자체는 소득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현재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과세를 강행하긴 쉽지 않단 분석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으면 주식 종목당 50억원 이상만 과세한단 것인데 장단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는 주식시장 총 투자액이 1000억원이더라도 50억원씩 분산투자하면 양도소득세가 없지만, 금투세는 종목별 50억원 이하를 투자해도 연 5000만원 이상 벌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5년간 손익을 통산해 올해 5000만원 이상 벌었다면 과세한단 것으로 합리성이 있다”며 “부동산, 주식, 은행 예금 등을 통해 번 소득간 차별을 주지 않으려는 중립적인 세금”이라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다만, “일본, 대만 등 사례에서 보듯 투자자들이 반기지 않는 양도차익 과세를 시도하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저평가됐단 상황에서 또 다른 리스크가 있기에 금투세 도입은 예민한 면이 있다”며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이 침체돼 있는 면에서 보면 유예하고 좀 더 지켜볼 상황이 필요한 면이 있다. 주식시장을 약화시키는 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금투세 폐지는 조세체계를 흔드는 조치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단 우려도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소득, 소비에 대해선 예외없이 세금을 내고 있다. 금융투자 소득도 소득”이라며 “금투세는 공제를 5000만원 줘서 상당히 약하게 도입되는 것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도 과세 대상이 좁다. 주식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세 정의를 달성하는 수준에서 설계됐다”고 말했다. 

대주주 기준 완화에 금투세까지 없앤다면 납세자들이 세금을 왜 내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단 지적이다. 정 교수는 “주식은 모든 사람들이 다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집중적으로 소유돼 있다. 소득이 상위 1%가 전체주식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다”며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은 소수의 주식 자산가에 유리한 비과세 제도이기에 조세 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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