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시중은행 참여한 펀드 조성할 것"
그간 냉랭했던 시중은행, 최근 입장선회한듯
은행에 고금리 제공 피할 수 없을 전망

서울 잠실 롯데타워 전경 / 사진=롯데건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부담할 위기에 처한 롯데건설이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간 롯데건설에 지원에 냉랭한 태도를 보였던 시중은행이 대출 제공 여부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의 자세 전환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형 시중은행은 롯데건설의 PF 차환용 펀드에 투자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에 대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금융기관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했던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기 연장과 함께 증액한다는 방안이다. 시중은행은 이 펀드에 대출 제공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미착공 PF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확보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 원인이다. 브릿지론이라 불리는 미착공 PF는 건설사들이 연대보증 등의 신용보강을 한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위험이 되는 우발부채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착공을 통해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탓에 롯데건설이 대부분의 채무를 떠안게 생긴 것이다. 

작년 초 메리츠와 펀드를 조성한 이유도 이 미착공PF 때문이다. 당시 1년 만기로 메리츠화재·캐피탈 등이 선순위 90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6000억원은 롯데물산·롯데호텔·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사들이 후순위로 참여했다. 당시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보장받은 금리는 연 12%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금융권에선 시중은행이 롯데건설에 대출을 내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충격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롯데건설은 다시 미착공 PF 만기가 도래하자 고금리 펀드 대신 은행 대출로 갈아타려고 시중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한 직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제 롯데건설이 시중은행의 자금을 확보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직후 시중은행에선 ‘롯데건설의 희망사항’이라는 반응이 다수였다”라면서 “하지만 현재 담당자들이 서로 전화 돌리며 서로 눈치 보는 분위기 바뀐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에도 부동산 시장이 큰 충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시중은행을 동원해 대규모 부동산 PF 안정화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태영건설에 이어 또 다시 규모가 큰 건설사의 유동성 우려가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롯데건설은 펀드에 시중은행의 참여를 이끌어낸다고 하더라도 금리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고민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하락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작년 초 메리츠금융에 제공한 연 12% 이상을 보장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를 너무 올리면 롯데건설은 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는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은 지난해 PF 우발채무를 일부 감축했으나 여전히 과중한 수준의 PF보증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라며 “전국 주택 및 분양경기 변동성으로 관련 현장의 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분양실적이 부진할 경우 PF 우발채무를 의미있는 수준으로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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