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하나증권 보고서에 “현금 2조원 보유” 해명
동부건설 “3000억 유동성 확보···안정적 재무구조”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태영건설 사태로 신용평가기관과 증권사들이 잇따라 건설사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건설업계가 진땀을 빼는 분위기다. 유동성 위기론이 거론된 건설사들은 “우리는 문제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위험군으로 언급된 건설사들은 유동성이 충분하다며 해명자료를 내거나 관련 증권사 보고서가 수정되기도 했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와 미분양 리스크로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되는 위험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롯데건설은 태영건설과 유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고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도급 PF를 보유하는 비중이 높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 PF 규모는 3조2000조원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는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이 2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1분기 만기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하나증권의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부동산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은 이달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계획이다”며 “8000억원은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PF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 미착공 PF로 언급된 3조2000억원 중 서울·수도권 사업장은 1조6000억원(50%), 지방 사업장은 1조6000억원(50%) 규모다. 지방 사업장의 경우 해운대 센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했고 우발채무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감소했고 올해는 2조원 가까이 줄인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의 반박 이후 하나증권 보고서엔 현재 관련 내용이 삭제된 상태다.

태영건설과 함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동부건설도 진화에 나섰다. 동부건설은 작년 4분기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으로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PF 우발채무 규모도 매우 낮다고 해명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코멘트’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파로 동부건설을 포함한 중소형 건설사들이 단기사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쳤다”며 동부건설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순 차입금 4800억원 가운데 약 3500억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매입을 위한 토지분양대금 반환채권 담보대출로 사실상 국가 등급의 신용도를 가진 채권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며 “현금성 자산이 일부 감소한 건 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 만기가 도래한 높은 금리의 채무증권 상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발채무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감소했고 올해는 2조원 가까이 줄일 계획이다”며 “PF 해당 사업장 대부분의 분양률이 양호하거나 공사비가 확보돼 최근 증권사나 신용평가사 보고서 등을 통해 언급되는 다른 기업들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신세계건설(50%), KCC건설(56.4%), GS건설(60.7%), HDC현대산업개발(77.9%) 등도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가 50% 이상인 기업으로 거론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PF 부실 여파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유동성 우려가 건설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며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건설사가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으로 차입과 우발채무 부담이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불안이 확산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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