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2023년 결산 - 이중양극화]

지난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요약하면 ‘불안한 반등 속 이중양극화의 부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이중양극화란 지역별 차별화(서울 선호·비서울 기피, 강남 선호·비강남 기피, 수도권 선호·지방권 기피)와 부동산 유형별 차별화(아파트 선호·비아파트 기피, 신축빌딩 선호·개발용 노후빌딩 기피)를 통틀어 말한다.

돌이켜보건대 2023년의 시작은 직전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급락장의 충격파로부터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1.3 부동산 대책)과 함께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촉발된 신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특히 고금리는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부동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초저금리 기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화로 갑작스럽게 고금리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금리는 대출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이면서 강력한 변수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반증하듯 2023년 내내 회복·반등을 시도하던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끊임없는 공포심과 좌절감을 안겨준 것 역시 고금리였다.

2023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우위를 기반으로 수요자의 선호도에 따라 극단적인 차별화를 보였는데, 과거에도 그랬듯이 서울·수도권과 지방권간, 같은 서울 내라도 강남권과 강북권간 차별적 수요쏠림 현상, 즉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오히려 지금은 기존의 지역별 양극화 외 부동산 유형별 양극화, 즉 아파트 선호·비아파트 기피 현상으로까지 확산된 모양새다.

요컨대 2023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지역적으로는 서울 강남권과 강북권간, 수도권과 지방권간 차별적 선호 현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설상가상 부동산 유형별로 아파트와 비아파트(빌라·다세대·다가구·주거용 오피스텔 등)간 차별화가 더욱 확연해진 이른바 ‘이중양극화’가 자리한 한해였다. 

[2024년 전망 - 상저하고]

2024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4월 10일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최근 정부·여당의 주도하에 불거진 메가시티 논란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수도권 및 지방광역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 김포·고양·의정부·구리·남양주·하남·과천·성남·광명·부천 등은 주민들의 서울 편입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한때 추진하다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가 되살아나고 있고, 최근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충청권 메가시티(대전·세종·충남·충북 4개 시도연합) 역시 눈에 띈다.

메가시티 논란은 총선을 전후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그 위력은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메가시티 효과로 인해 도로·철도·공원 등 다양한 인프라 개선 및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 도심지 주택 공급량 부족 현상, 집값 상승 등 다양한 부분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국내외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내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의 인상 기조에서 동결을 지나 하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엇보다 글로벌 기준금리를 뒤흔들 수 있는 미국이 2023년 9월과 11월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5.5%로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인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연 3.5% 수준에서 7회 연속 동결시켰음은 물론이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수요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이 다름 아닌 ‘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대전제로 늦어도 2024년 하반기에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반등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2024년 투자전략 - 이것만은 알고 가자]  

대한민국의 주거용 부동산을 대표하는 상품인 아파트에 투자할 경우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통상 아파트 투자는 부동산 경기상황에 따라 서로 달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기는 크게 상승장, 하락장, 보합장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투자 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체크포인트가 존재한다.

부동산 상승장이라면 아파트값 전고점을 집중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전고점이란 지금껏 거래됐던 가격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의미하므로 일견 ‘가격저항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 내 매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전고점 갱신이 반복되고 있다면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칫하다간 이른바 ‘상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파트값 전고점 갱신 시 부정적 여론의 확산에 따른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면 투자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하락장 및 보합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아파트값 회복 및 반등 가능성에 따라 투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회복 및 반등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체크포인트로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전세가율 추이가 있다. 일례로 서울의 월간 아파트 매매 거래량(출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10월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을 당시 거래량 558건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2023년 들어 꾸준한 증가세(2023년 1월 1,411건, 2023년 9월 3,366건)를 이어오더니, 이를 반영하듯 아파트값도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의 최근 월간 전세가율 추이(출처 : 한국부동산원)를 살펴보면, 예년 평균치 60~70%대에 크게 못 미치는 50%대 초중반에 머물러있음을 알 수 있는데,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내지 반등측면에서 보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향후 전세가율이 예년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아파트값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부동산 하락장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보다 강력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쏟아낼 가능성도 커지므로 대출 확대 및 세금 혜택을 통한 투자유인정책에도 귀를 열어놔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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