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현안질의, 부동산 PF 부실우려 제기
최상목 “유동성·재구조화 지원, 제도 개선도 병행”
여야 “PF 위기 확산 가능성 대비해야” 한목소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회 기획재정부 현안 질의에서 여야는 “정부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대응이 안일하다”며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원자재 가격상승과 고금리가 겹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짐에도 정부는 유동성 확대 같은 피상적 대응에 그치고 있단 비판이다. 독립적 평가기관이 엄밀한 사업성 평가에 나서고 PF 시장에 대한 전면적 구조조정 또한 이뤄져야 한단 조언이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관련 현안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불거진 부동산 부실 PF 부분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 16위 건설사로,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140건, 분양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곳, 2만 세대에 달한다. 특히 올해 우발채무 규모가 3조6000억원에 이르면서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잠재 리스크로 부동산 PF를 첫손에 꼽으며 안정적 관리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PF 사업장과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시장 안정 조치와 사업장별 맞춤형 정상화와 재구조화를 지원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 시장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태영건설은 다른 일반적인 건설사에 비해 PF 의존을 많이 한 예외적 케이스다보니 이런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다른 건설사나 건설사 전반으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최 부총리는 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금융시장 안정, 분양자, 협력업체 보호, 이것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는 다양한 방안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걱정 끼쳐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 정부 대응 피상적, PF 독립 평가기관 필요”

태영건설 사태로 시장 불안도 가중됐지만 정부는 유동성 공급, 채권단을 통한 해결 등 피상적 대응에 그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레고랜드 사태 때 유동성 공급, 또는 채권단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85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고, 채권단을 설득해 상환기간을 지연시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식으로 태영건설 문제가 조금 연착륙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폭탄돌리기식 조치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40% 이상 상승해 건설 원가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PF 시장이 매우 어렵게 흘러갈 수 있단 점을 간과해선 안된단 우려다. 

같은 당 양경숙 의원은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후 롯데건설은 둔촌주공 사업장 7000억원 조달에 실패했다. 그때부터 벌써 태영건설 부도설이 나돌았다”며 “그때 선제적으로 워크아웃 했더라면 지금까지 이렇게 오지 않았을 것이다. 덮고 미뤄온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왜 못막았나. 규제 완화, 주담대 특례 보금자리, 돌려막고 지연시키고 종합적 평가와 대책은 미루고 부동산 부양으로 받쳐주면 해결될 수 있다 판단한 것 아닌가. 총선까지만 막으면 된다고 본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양기대 의원은 “현재 부동산 PF 문제는 신용의 위기로 유동성을 계속 공급한다고, 채권단을 압박해서 상환 기관을 미룬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을 계기로 사업장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살릴 곳은 살리고 정리할 곳은 정리하는 것을 본격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립적 평가 기관을 세워 엄밀한 사업성 평가로 미래를 대비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부동산 PF 시장의 전면 구조조정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단 의견이다.

최 부총리는 “엄밀한 사업적 평가도 필요하다. 금융감독원과 관계기관이 하고 있는데 좀 더 면밀히 하겠다”며 “민주당에서 부동산 PF 관련 제도개선책을 제안했는데 상당 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리츠를 통한 매입 등을 얘기했는데 이번 LH가 대신 이걸 하는 보험도 넣었다. 개선에 대해 같이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與 “정부, 법개정 필요한 PF 대책 야당 설득 미흡” 

지난 4일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PF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 사업장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 후 정상화하고, 사업성이 일부 부족한 사업장은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사업장 매입 및 재구조화를 추진한단 내용이다. PF 정상화펀드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부동산 매입시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감면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정부가 야당 설득에 소홀하단 지적이 여당 쪽에서 제기됐다. “PF 정상화 펀드 핵심 내용을 이행하려면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야당 정책책임자들과 의견 교환, 협조 요청이 있었나”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최 부총리는 “지난번 여당과 당정협의를 했고, 이제부터 (야당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은 “야당 협력이나 동의 없이는 이런 법안들 처리가 안 되는데 통과가 늦어지면 정책 효과가 없을 이런 일에 대해 미리 좀 상의하고 협의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발표해 놓고 협의 구하면 그건 통보지 협의라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또 “지금 태영은 정부가 살려줄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랬다는데, 태영발 PF 사태가 나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니 자기들 배짱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가볍게 생각하다 크게 위기로 번질 수 있기에 신경써 전체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충분히 이해를 더 구하겠다”며 “태영 관련 부분은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워크아웃 정신에 맞도록 관리를 잘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부동산 PF 연체율이 크게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연체율이 2021년 말까지 3%대였는데 현재는 10%를 훌쩍 넘어갔다. 굉장히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저축은행, 여신전문 상호금융 쪽도 계속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 장관들이 매주 모여 부동산 PF 전체 사업장 3500개에 대해 개별 점검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큰 위기 없이 여태까지 넘어왔다”며 “태영의 경우 태영건설 자체가 경영에 있어 잘못된 측면이 있다. 전체적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저희가 관리를 잘하고 있다. 그렇지만 긴장의 끈을 놓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 의원은 “태영의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순 없다. 채권단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밖엔 없지만, 결과가 나쁘면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예의 주시하고 경우에 따라선 정책 지원 내지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중수출 악화·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노력” 주문

이날 현안질의에선 지난해 대중 수출이 악화된 부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해 대중무역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 31조원 중 무려 75%가 대중 무역 적자였다. 특히 배터리, 2차전지 분야에서 적자가 두드러진다. 배터리와 수산화 리튬 두 항목에서만 약 13조원 이상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며 “대중 무역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는 2010년대 초반엔 중국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1% 미만이 됐다. 10%가 넘던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1%로 내려왔다”며 정부 대책을 물었다. 

최 부총리는 “이런 상황은 앞으로 상당 부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가 중국에 수출 혜택을 보는 구조에서 이제는 중국과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배터리는 부품, 원료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중국 제품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배터리 부분은 일정 부분 의존은 불가피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체적 생산 노력을 해나가며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노력을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 것을 두고 주식투자자들을 염두한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양기대 의원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작년 여야 합의 사항인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법률 개정사항 아닌가”라며 “총선은 총선이고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국가적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심을 지켜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기재부는 경제 흐름, 민생 흐름, 목소리들을 바라보며 정책을 추진한다”며 “충분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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