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지급보증한 PF 시행사 많아
국민·농협은 후순위, 우리는 단기차입금이 문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신한·NH농협·우리·하나은행 서울 본점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대형 시중은행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에 직접 내준 대출과 함께 태영건설이 참여한 사업장에 들어간 대출을 포함한 금액이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은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준 금융사들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태영건설과 자회사(종속기업)에 직접 제공한 대출 규모는 지난해 약 3895억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이 태영건설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이보다 더 많다.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PF 시행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관계기업) 곳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영건설은 전주시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세워진 시행사 '에코시티'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태영건설은 시행사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의 시행사에 대규모 지급보증을 해준 점이다. 해당 시행사에 내준 대출도 그만큼 부실 위험이 커졌다. 

태영건설이 보증을 서준 사업장에 5대 시중은행이 대출을 내주거나 유동화증권 매입보장을 해준 규모는 2022년 말 기준으로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은 총 2094억원 규모로 대출을 제공했다. 그 다음 NH농협은행(500억원), 신한은행(365억원), 우리은행(160억), 하나은행(48억원) 순이다. 이듬해인 2023년에 약정 범위 내에서 추가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고려하면 이 보다 금액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국민은행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동산 개발을 맡은 시행사인 '마곡CP4PFV'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에 대해 매입보장 및 신용공여를 해준 부분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것으로 꼽힌다. 이 유동화증권은 채무 변제 순서가 후순위(트랜치B)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도 이 시행사에 500억원 유동화증권(트랜치B)에 대해 매입보장 및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신한은행이 '군포복합개발PFV'에 내준 335억원의 대출도 후순위(트랜치B)라 우려가 된다. 신한은행은 최근 태영건설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에 직접 제공한 은행권 대출 가운데서는 단기차입금이 위험하단 의견이 나온다. 단기차입금은 개인금융으로 따지면 신용대출과 같은 성격이다. 그만큼 부실에 빠지면 은행이 입을 손실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은행이 72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450억원), 신한은행(200억원), 국민은행(1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시중은행이 태영건설 관련 제공한 PF 대출은 정부 기관이 발급한 보증서를 담보로 한 것이거나 선순위 대출이라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태영건설에 이어 다른 건설사도 추가로 위기를 겪으면 보증서 대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증서를 발급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제2금융권과 달리 자본여력이 큰 상황이라 태영건설 사태로 경영에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더 늘려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실적은 줄어든다. 이미 태영건설은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태영건설 관련 대출은 보증서 대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동산 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점도 은행권의 고민”이라며 “이에 작년 4분기 회계기준으로 충당금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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