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대부·캐피탈업체 매물 급증
“고점 매입 후 고금리 감당 못해”
2030세대 주담대 연체율 증가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경매 물건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경매로 넘어온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물건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대부·캐피탈업체 등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무리한 대출로 이자 납입과 대출 상환까지 어려워진 매수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포함)은 1만688건으로 집계됐다. 1월(6622건) 대비 61.4% 증가한 것으로 2014년 10월(1만849건) 이후 9년 만에 역대 최대치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금융회사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바로 실행이 가능하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26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1월(1391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경상남도(1318건) ▲충청남도(846건) ▲경상북도(802건) ▲부산(672건) ▲충청북도(536건) ▲전라남도(536건) ▲강원도(53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583건으로 올해 1월(352건) 대비 65.6% 늘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눈에 띄는 부분은 채권자가 제2금융권인 경우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채권자가 저축은행·대부·캐피탈업체인 경우는 36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월(146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채권자별로 보면 저축은행은 44건에서 122건으로, 대부·캐피탈업체는 102건에서 245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2월 201건을 기록한 뒤 6월부터 꾸준히 300건대를 유지했고 10월엔 397건에 달했다.

업계에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영끌족 물건이 대거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때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금리 급등 직격탄을 맞았다. 20~30대 서울 아파트 매수 비율은 2010년 말 20%대 중후반이었지만 2020년 하반기 40%까지 급증했다. 당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금리가 3%대였지만 2022년 초부터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영끌족 일부는 시중은행과 같은 1금융권 대출만으로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금융권과 사금융업체까지 손을 벌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영끌 매물들이 고금리의 영향으로 경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끌 비중이 높은 2030세대의 주담대 연체율은 오름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전년 동기(0.24%)보다 0.15% 포인트 급등했다. 또 30대 연체율은 0.20%로 20대 이하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1년 전(0.0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 후 최초 경매 진행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등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 수요자 역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해 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으면 연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점에서 풀 대출을 받은 매물은 매매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임의경매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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